가짜 방북 프로젝트 ‘비단구두’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라는 동요 ’오빠 생각’의 가사에는 서울 간 오빠에 대한 여동생의 그리움이 촉촉이 배어난다.

영화 ’비단구두’(감독 여균동, 제작 오리영화사)는 이 노래와 맥락을 같이하는 영화다. 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의 아픔과 그리움을 그렸기 때문. 영화진흥위원회와 KBS가 공동제작한 방송영화 2004년 지원작으로, ’미인’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여균동 감독의 신작이다. 연말 KBS를 통해서도 소개될 예정.

특히 이 영화에는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을 주도하며 이른바 ’이발소 그림’으로 유명한 민정기(57) 화백이 실향민 배 영감으로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치매에 걸린 실향민 노인을 위해 조직폭력배 두목인 아들이 가짜 방북 프로젝트를 준비한다는 내용.

영화감독 민수(최덕문 분)는 영화 제작자가 빚을 견디다 못해 어디론가 도망치자 대신 빚을 떠맡게 된다. 제작자에게 돈을 빌려준 조직폭력배 두목은 민수가 돈이 없다며 “내가 왜 그 돈을 갚아야 하느냐”라며 항의하자 빚을 탕감해 주는 대신 다른 제안을 한다. 바로 치매에 걸린 실향민 아버지를 위해 가짜 북한 방문 여행을 준비해 달라는 것.

두목의 협박과 회유로 민수는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맡게 되고, 두목의 오른팔인 성철(이성민)과 함께 이 일에 뛰어든다.
민수는 강원도의 한 산골을 배 영감의 고향인 개마고원으로 설정한 뒤 예전 영화제작에 동원됐던 보조출연자들을 북한 주민으로 분장시켜 배 영감과 함께 고향방문 여행을 떠난다.

영화는 배 영감의 귀향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 무비다. 실향민의 아픔을 다룬 가슴 뭉클한 이야기지만 치매노인을 대상으로 한 가짜 방북이라는 설정이 만들어내는 웃음이 곳곳에 묻어난다.

영화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민 화백의 연기. 대학시절 연극반을 거쳤고 간간이 연극무대에 섰던 그는 배 영감의 캐릭터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조폭이 만들어내는 예측 가능한 웃음은 식상하고, 일부 억지스런 설정은 영화의 감동을 가로막는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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