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되면 이불 빨래”…北 시장서 가루비누(세제) 인기

▲북한 압록강가에서 물놀이하는 아이들 사이로 빨래를 하는 여성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진행 : 한국에서는 집들이 초대를 받았을 때 흔히들 가루비누(세제)나 화장지를 들고 가는데요, 그래선지 이사철인 요즘 더 잘 팔리기도 합니다. 이 같은 현상은 북한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오늘은 강미진 기자와 함께 이에 대한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강 기자, 관련 소식 전해주시죠.

기자 : 네. 한국에서는 보통 집들이를 하게 되면 최소 10명 정도는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저도 새집으로 이사 했을 때 30명도 넘는 분들이 방문했었거든요, 그때 집들이 선물로 받은 화장지랑 가루비누는 지금도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답니다.

얼마 전 북한 물가확인으로 통화를 하던 중 가을이어서 그런지 가루비누 가격이 좀 올랐다고 하는 말에 퍼뜩 북한에서도 봄과 가을이면 가루비누 등이 잘 팔리던 생각이 났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사와 관련돼 가루비누 구매상승세를 보인다지만 북한에서는 이사와 관련 없이 봄과 가을에 가루비누가 여느 때보다 잘 팔렸던 점을 추억하면서 남북한 문화의 차이점을 생각했는데요, 통화를 해온 북한 주민의 다음 말에 한류의 영향이라든가 한 민족의 풍습까지 고민하게 되더군요.

진행 : 한국에서는 봄, 가을이 이사철이기 때문에 가루비누 선물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북한에서는 왜 이 시기에 가루비누가 많이 팔리는 건가요?

기자 : 네, 한국에서의 이사 선물, 가루비누 이야기는 위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보다 먼저 저는 이불 세탁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게 되는데요, 세탁기에 세제를 넣고 전원만 켜놓으면 알아서 제 시간에 건조까지 되기 때문에 빨래도 호강스럽게 한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북한에서는 큰 이불빨래도 손으로 다 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일 년에 두 번만 이불 빨래를 하게 되는데 그 시기가 봄과 가을이거든요. 대부분 가정들에서는 겨우내 사용했던 이불을 따뜻한 봄날이면 강가에 나와 빨기도 하는데 날씨가 좋으면 다른 세탁물을 빨 동안 이불 빨래는 다 말려서 가져가기도 한답니다. 가을도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여름 내 진땀이 밴 이불을 다 빨아 놔야 겨우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요즘은 가을비도 그치고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강가에는 이불빨래를 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풍경은 아마 오래전 일이었지 않았을까요?

진행 : 네 그렇죠, 한국에서도 20~30년 전에는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손으로 빨래를 빠나요?

기자 : 이불빨래와 같이 부피가 큰 세탁물은 물론이고 작은 것이라도 잘 빨리기 때문에 한국 주민들은 웬만하면 손빨래는 안하게 되잖아요?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손빨래를 하게 된답니다. 최근에는 일부 가정들에서 세탁기를 사용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이불 빨래는 흐르는 물에 씻어야 깨끗하다는 인식도 많아 강에서 방망이로 두드려 가면서 빨래를 한다고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 지난해 수해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의 새집들에서 이불빨래를 해서 말리고 있는 사진이 올랐었는데요, 이처럼 가을이면 북한 농촌은 물론 도시에서도 이불 빨래를 널어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살 때 삼수발전소 저수지 물이 깨끗하지 않아 도시에 있는 친척집에 이불 빨래감을 가지고 갔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불을 한창 빨고 있을 때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세탁물을 다시 꺼내서 손으로 빨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은 대부분 주민들이 겪는 일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불편하고 번거로운 것을 피하고자 주민들은 아예 강에서 이불 빨래를 빨게 되는 것이죠.

연락이 닿은 북한 주민도 한국에서는 집안에서 이불빨래를 세탁기로 하니 얼마나 편할까 라고 부러워하기도 했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이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부 대도시에서는 빨래집이 등장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이용하는 주민들은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진행 : 봄과 가을을 이용하여 이불 빨래를 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가루비누가 잘 팔린다는 것이군요?

기자 : 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북한 대부분 시장들에서 가루비누라든가 빨래비누 등이 잘 팔리고 있다고 북한 내부 주민이 전했습니다. 그리고 한류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한민족의 고유한 풍습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주민들도 이사한 집에 찾아갈 때 비누를 들고 가기도 한다고 합니다.

소식을 전한 북한 주민은 “주변에서 이사를 온 집에 가스라이터를 들고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가루비누를 들고 가는 사람들도 꽤 늘고 있다”면서 “가스라이터는 가격도 싼 데다가 부피도 작기 때문에 가루비누 한 봉지를 선물하는 것보다 성의가 없어 보이기도 해서 최근에는 가루비누를 가져가는 주민들이 꽤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새집들이 때 가루비누를 선물하는 것이 보통이라는 저의 말을 듣던 북한 주민은 낮은 목소리로 “아마도 여기 사람들이 그쪽(한국)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거나 혹은 라디오를 통해서 들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북한에서 했던 이런 말이 생각났습니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인데요, 한류가 북한 주민들의 마음으로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행 : 그렇다면 봄, 가을 기간에 가루비누 가격이 더욱 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실정은 어떤가요?

기자 : 지난주 기준으로 양강도와 평양시, 강원도 원산시를 비롯해서 전국에서 팔리고 있는 가루비누 한 봉지의 가격은 10000원 정도인데요. 양강도 시장에서는 10845원에 판매되고 있고 대형 도매시장인 평성 시장에서는 1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 강원도 원산시 갈마 시장에서는 11300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늦가을과 겨울, 그리고 초봄에 혜산 시장에서는 가루비누 한 봉지가 9640원에 판매가 됐었고 평성 시장에서는 9800원 정도에 판매된다고 합니다. 강원도 원산 시장에서는 9970원 정도에 판매됐었죠.

진행 :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가루비누는 국내에서 생산된 건가요? 아님 중국에서 들여온 건가요?

기자 : 네.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 가루비누는 중국산입니다. 북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세제는 중국산, 북한산, 일본산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그 중 제일 흔한 것이 중국산이고, 다음으로 북한산이 뒤를 잇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북한은 세제와 화장품의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고, 실제 생산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한국산보다 더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북한 시장에서 한국산 세제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오늘 저희 방송을 들으시는 청취자분들도 많이 공감하실 거라고 봅니다.

진행 : 네,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북한 시장 물가동향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 네.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최근 시장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 6050원, 신의주 5950원, 혜산 6000원에 거래되고 있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930원, 신의주 1890원, 혜산은 1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 정보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000원, 신의주는 8015원, 혜산 803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 1200원, 신의주 1195원, 혜산은 119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900원, 신의주는 14100원, 혜산 1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휘발유 가격입니다. 추수철을 맞아 전국에서 휘발유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휘발유는 1kg당 평양 14100원, 신의주 14500원, 혜산 14400원으로 판매되고 있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11060원, 신의주 10000원, 혜산 112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