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촌 지역에서 현재 가을걷이가 한창인 가운데, 한편에서는 수확물 도난 현상을 막기 위한 이른바 ‘낟알 수호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식통이 14일 전했다.
평양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1일부터 벼 수확에 들어갔는데, 적위대복을 입은 젊은 사람들이 자동보총(자동소총)을 다 들고 길목마다 지키고 있다”며 “일할 만한 사람들은 다 농장 낟알 수호전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스무 살에서 마흔 살 정도 돼 보이는 이 사람들은 지나가는 노인들도 보따리 다 풀어헤쳐서 열어보게 하고, 낟알이 조금만 나와도 어디서 나온 것인지, 왜 가져가는 것인지 막 물어본다”면서 “저들끼리 ‘식량 수호전’이라고 전투처럼 하는데 올해는 지키는 인력들이 더 늘어났다”고 부연했다.
매년 가을 수확기가 되면 농촌 곳곳에 검문 인력들이 배치되곤 하지만, 올해 가을은 유독 삼엄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가뭄과 태풍 등 자연재해의 영향으로 올해 농사 작황에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확물 도난 등 곡물 유출 현상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소식통은 “매년 수호전을 하긴 했지만, 올해는 더 바쁘게 한다. 올해 초부터 죽으나 사나 500만 톤은 하라고 과업이 내려왔으니 낟알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라면서 “12월까지는 양정사업소에 낟알이 제꺼덕 들어가야 하니 그때까지는 (검문 인력들이 길목을) 지킬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수확물을 몰래 훔쳐 가는 현상은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일 나올 때는 몸이 홀쭉하게 나오지만 들어갈 때는 몸이 불룩해져서 간다”며 “협동농장 농장원들은 봄이나 여름에는 아프다고 하면서 일하러 안 나가는데, 가을에는 알곡이 나오니 아파도 동원되는 척하며 나가서 하나라도 더 채려고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가을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북한에서 농작물 절도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연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는 양강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사정이 어려운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을철에라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내년 봄에 온 가족이 굶어야 하니, 감옥에 가더라도 강냉이나 벼를 들여다 놔야 한다’는 푸념 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관련기사 보기:北 가을 수확량 줄어들까 ‘고심’… “농작물 침해 현상 근절하라”)
한편, 평양 소식통은 올해 작황과 관련해 “황해도 기준으로 보면 전반적으로 농사가 안 됐다”며 “조선(북한)에 강냉이(옥수수) 농사가 기본인데 그게 안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15일께부터 옥수수 수확이 시작됐는데, 농장원들 사이에서 ‘본래 한 정보에서 몇 톤은 나왔는데 올해는 그의 절반 밖에 안 나왔다’는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어 그는 “올봄에 너무 비가 안 와서 7월까지 물 주기 동원을 나갔는데 그것을 한다고 알곡이 맺혔겠나”라며 “그래서인지 올해 강냉이 농사가 작년보다 못하면 못했지 잘 된 것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에 옥수수 생산 목표치의 70%를 채웠다면 올해는 그보다 적은 55% 정도밖에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짐작된다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아울러 그는 이달 초부터 수확에 들어간 벼농사에 대해서도 “겉을 보면 그런대로 되긴 된 것 같은데 들여다보면 돌피가 많다”면서 “솔직히 제 것(개인 농사)을 하면 알곡이 아주 많이 달리게 노력하는데, 협동농장에서는 사람들이 우선 일을 안 하고 하더라도 할 수 없이 하는 거라 알곡이 적은 게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