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된 북미대화?…”실상은 조건·목적 다른 ‘동상이몽'”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선전부장(오른쪽)이 2월 25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속에서 북미대화의 가능성도 싹트고 있다. 그러나 핵 문제를 둘러싼 북미 양국의 입장차는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 북미 모두 ‘대화’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루고자하는 목적이 다른 ‘동상이몽’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 김정은은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파견한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의 입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 의사를 피력했다. 실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한 김영철은 연일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이 미국과의 대화에 전제조건을 언급했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계속되는 한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던 북한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변화 의도는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공화국 핵무력 건설에서 이룩한 역사적 승리를 새로운 도약대로 삼고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혁명적인 총공세를 벌여 나가야 한다”며 “국가 경제발전 5개년 전략 수행의 세 번째 해인 올해 경제전선 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껴야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처럼 북한은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제는 경제 문제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경제를 옥죄고 있는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국면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대북 제재가 굉장히 촘촘해졌고, 이로 인해 북한이 받는 경제적 타격은 갈수록 커질 것”이라며 “북한으로서는 경제 성장을 하려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제재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대북제재 완화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북미관계를 풀어보려는 북한의 전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아울러 북한이 ‘남북관계를 복원해 한반도 정세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구상에 적극 편승하면서 핵 공고화를 위한 시간벌기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오 부연구위원은 “대량생산과 실전배치가 북핵 문제의 핵심인데, 그런 측면에서 지금 북한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그 시간 동안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차단하겠다는 게 북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2월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

그러나 미국은 지난 23일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독자제재를 추가적으로 발표하며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대화를 시사한 북한의 미묘한 태도 변화가 미국의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서 비롯된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북한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지사들과 회동하면서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 그래서 그들(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미뤄 미국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은 대화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그지는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지사 회동에서 북미 직접대화와 관련,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 의향을 내비치면서도 ‘적절한 조건 아래’라는 전제조건을 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있는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오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고, 북한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서 미국과 대화하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는 하겠다고 하지만, 요구하는 조건이나 목적도 다르고 그리고 있는 그림도 다른 동상이몽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하더라도 탐색적 대화 수준에서 더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까지 북한의 태도를 볼 때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낮고 어떤 형태로든 핵보유를 묵인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차원에서 북미대화를 통해 성과를 내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