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화되는 北김정일 중국 방문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지난달 23일 중국을 찾아 이례적으로 2일 현재 일주일 가량 머물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면담에 이어 동북 3성을 돌면서 구체적인 ‘북.중 경제협력’ 행보를 하고 있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은 통상 노동당 국제부와 공산당 대외연락부를 창구로 양국 최고 수뇌부의 상호방문을 논의해왔다는 점에서 김 부장의 행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문에 앞선 사전답사로 읽힐 여지는 작지 않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최근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방북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 그리고 북.중 회담, 곧 이은 김영일 국제부장의 방중이라는 북.중 간 상호 방문 ‘프로세스’에 주목해왔다.


특히 여기에 북.중 회담 이후인 지난달 23∼25일 위성락 외교통상부 평화교섭본부장,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중을 통한 한.중, 미.중 접촉으로 북핵 6자회담 재개 논의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와 맞물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로선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이 다음달 12일 개막되는 핵 안보정상회담에 북핵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르는 것을 원치 않아 이를 막기 위해 적어도 3월 말 또는 4월 초에는 북핵 6자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갖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방중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사정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의 방중은 구체적으로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끝나는 3월 중하순께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영일 국제부장의 방중 행로다.


그간의 관례로 볼 때 그가 거친 길이 김 위원장의 방중 코스와는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2일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방중하면 적어도 김 부장이 방문한 곳 중에 한 곳은 김 위원장의 동선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단 지난달 23일 베이징에 도착한후 첫날 후 주석 면담에 이어 24일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당서기, 27일 왕민(王珉) 랴오닝(遙寧)성 서기, 28일에는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당서기와 만나는 등 동북 3성 방문 일정을 진행중이고 아직 중국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점은 김 부장의 방문지가 베이징과 톈진을 제외하면 모두 중국에서 비교적 ‘낙후된’ 동북 3성이라는데 있다. 과거 김 위원장은 그동안 여러차례 중국을 광저우(廣州), 선전(深천<土+川>) 등 이른바 개혁개방에 따른 신천지를 방문했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동북 3성에 주목하는지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또 다른 소식통은 “북.중 간의 최근 키워드는 경제협력”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북.중 양국은 북한의 라진항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만강 하류에 인접한 라진항은 중국으로선 동북 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갈 수 있는 경제전략적인 곳인데다 북한으로서도 중국의 투자를 유치해 경제개발의 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곳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지린성을 방문한 김 부장에게 쑨 지린성 서기는 지난해 중국 국무원이 확정한 ‘창지투(長吉圖.장춘-길림-두만강) 개방 선도구’ 사업을 소개하면서 “도로망과 기초 설비 건설 분야에서 지린성과 북한 간 새로운 합작의 계기가 마련됐다”는 설명을 했다고 길림일보(吉林日報)가 1일 보도했다.


특히 톈진의 경우 조세 면제, 외환규제 철폐 등을 통해 비거주자간 금융거래를 중개해주는 위안화 역외금융센터 설립구상이 공개된 곳이라는 점에서 김 부장의 방문이 이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비핵화와 평화체제 논의 등 외부 변수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북한은 일단 이와는 관계없이 중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기업 간 경제협력을 통해 경제개발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