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에 들어온 中 대북제재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단둥(丹東)지역의 일부 은행들이 북한 관련 송금 업무를 자체적으로 중단한 것을 시작으로 사실상 대북제재 조치에 착수하는 등 의외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북한 관련 송금 업무 중단은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미국 주도의 금융제재에 중국이 적극 동참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는 상징적 수준의 대북제재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 행보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중국의 한 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의 국제적 신용도에 부담을 줄 소지가 크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대북송금 업무를 중단했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도 관치금융의 성격이 많이 남아 있는 중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와 교감없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중국의 시중 은행들까지 속속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고 북한 관련 계좌에 대한 동결 조치까지 내릴 경우 북한이 피부로 느끼는 제재의 강도는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같은 업무중단 조치가 내려진 시점이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보다 앞선 13일로 알려지면서 중국이 미리 대북제재 조치의 수순을 정해놓고 서서히 강도를 높여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북중 교역물자의 80% 가량이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진 단둥해관은 16일 정상적으로 문을 열었지만 해관 주변에서는 조만간 북한에서 들어오는 화물차의 출입을 제한할 것이라는 얘기가 설득력 있게 나돌면서 벌써 대북교역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북한 출신의 한 화교는 “오늘 해관에 나갔다가 한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조선차(북한차)는 단둥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북한으로 물건을 싣고 들어가는 중국차만 통행시키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았으며, 2∼3일 이내로 이런 조치가 집행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의 경우 중국이 송금을 제한한다고 해도 북중 교역의 대부분이 현금 거래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통관을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 북한에 의한 물자반입을 전면 차단할 경우 북한 경제가 입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은 제1차 북핵위기 당시 북한을 압박하는 차원이었지만 교량을 수리한다는 명목 등을 내세워 단둥해관을 일주일 간 폐쇄한 사례가 있으며, 2003년에도 6자회담 성사를 위해 단둥에서 송유관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 공급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조치들은 나름대로 북한을 압박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중국 역시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북한을 제재하는 제스처를 취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안보리 결의는 결의안 채택 후 30일 이내에 각 회원국들은 이행조치를 안보리에 보고하고 결의 이행을 위한 제재위원회를 구성해 이행 상황을 감독하고 최소한 90일마다 이행 상황을 위원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중국이 북한에 대해 마지못해 제재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북한에 실질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강구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제재위는 대북 제재에 소극적 의사를 보일 가능성이 있는 중국과 한국을 견제하고 제재의 강도를 높이는 기구로 운영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미국과 일본 등을 의식해 모종의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만큼 결의안을 이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16일 한·중·일 3국 순방을 앞두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결의안 이행 책임을 거듭 강조한 것도 이번 방중 기간 중국에 대해 강도높은 대북제재를 주문할 것임을 시사한 대목으로 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만류를 거듭 뿌리치고 북한이 미사일과 핵실험을 강행한 것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국이지만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단기적으로 강도높은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상황 악화 조치를 막고 6자회담의 틀로 끌어내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지의 한 대북소식통은 “중국은 경제제재 조치에 따라 북한이 급속도로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으며, 핵실험으로 인한 위기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도 원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대북제재에 착수하더라도 외교적 해결의 추진력을 만든다는 전략에 입각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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