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닥잡은 정부 `종전선언’ 구상

정부 안에서 한동안 논란을 빚었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이하 평화협상) 및 종전선언 구상이 어느 정도 정리된 듯한 분위기다.

남북 정상선언문에 명시된 `종전선언을 위한 3,4자 정상회담’의 개념 및 개최시기를 두고 청와대와 외교당국이 한동안 이견을 보였지만 지난 25일 안보정책조정회의를 계기로 단일화된 정부 입장이 윤곽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곡절 끝에 마련한 구상은 `손에 잡히는 불능화’가 실현되는 시점에 실무자, 즉 6자회담 수석대표 또는 외교장관 급에서 남.북.미.중 4자 회담을 열어 평화협상 개시를 선언한 뒤 추후 협상 과정에서 필요성 및 가능성을 감안,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평화협상 개시 선언을 위해 4자 정상이 만나자는 청와대의 당초 구상은 현 단계에서 실현 가능성이 낮고 무리하게 추진하려다 협상 자체가 늦춰질 수 있는 만큼 일단 시작은 실무자급에서 하자는 데 청와대와 외교당국이 뜻을 같이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어 평화체제 협상이 북한 비핵화 진전에 맞물려 진행되는 과정에서 최고위급의 의지를 모아 추동력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데 관련국들이 동의할 때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정리가 된 셈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정전상태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치,군사.법률적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그 마무리 단계에서 이뤄진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정치적 동력 마련을 위해 정상들이 `종전을 위한 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은 정부의 이 같은 입장 정리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실무급에서 이뤄질 `종전 협상 개시선언’과 평화협상 마지막 단계에 이뤄질 법적인 의미의 `종전선언’ 사이에 4자 정상의 `종전을 위한 선언’을 배치하자는 것이 우리 정부의 정리된 입장인 셈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의 마지막 단계에 가서나 조지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대면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불능화와 신고단계를 순조롭게 돌파할 경우 이 과정에서 생길 6자간 신뢰를 바탕으로 북한의 보유 핵무기와 플루토늄 폐기, 경수로 제공, 북.미 관계정상화, 평화협정 등을 놓고 일대 담판에 들어가기 앞서 4자 정상 간 만남을 추진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불능화가 마무리 단계에 들아갈 것으로 예상되는 11월말 또는 12월 중에 남.북.미.중 4개국의 외교장관 또는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만나 평화체제 협상 개시를 선언하고 내년 초 쯤 4자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개략적인 구상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우리 정부 구상의 실현 가능성은 다음 달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가시화할 전망이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의 연쇄 방미를 계기로 미측과 평화체제 협상 개시시기 및 개시 선언을 위한 당사자의 급, 4자 정상회담의 시기 등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평화체제 협상 개시시기와 관련, 미국은 불능화.신고가 마무리된 뒤가 적절하다는 입장이고 한국은 그 이전이라도 `손에 잡히는 불능화의 진전’이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양국간 미세한 입장차는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이 문제는 충분히 조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정상들의 회동을 비핵화 및 평화체제 협상의 마지막에 할 수 있다는 미국 입장을 돌리기란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4자 정상회담 조기 개최론자들은 북한의 비핵화 결단 없이 평화체제 구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기는 그동안 대척점에 있어온 김정일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의 대면이라는 점, 한반도처럼 정전 이후 50년 이상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4자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대한 미측의 동의를 이끌어 내려면 이 같은 당위성 만으로는 부족하며 충실한 불능화와 신고 이행, 아울러 보유 핵 포기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사인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런 점에서 `비핵화 완료 전 4자 정상회담의 개최’를 좌우할 최대 변수는 미국이라기 보다는 북한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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