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질병의 神과 그를 흉내내는 王子 김정은

가난을 가져다주는 신(神)이자 질병을 가져다주는 신. 그리고 어설픈 흉내가 주특기인 착각에 빠진 왕자.


이것이 ‘김정은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필자의 답변이다. 아마도 북한주민 대부분이 이에 동의할 것이다. 만세삼창을 외치는 것은 간부들 만이다. 그러나 그들도 김정은이 아니라 권력세습에 대해 찬성하는 것이다. 3대 부자세습이 이뤄짐으로 인해 간부들도 당당하게 기득권을 세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서민들은 대(代)를 이어 빈곤과 절망을 세습하게 됐다.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맞아 북한은 사실상 신분제 전제군주국가가 됐다. 짧게 자른 올백스타일 의 머리 모양과 낡은 인민복, 억지로 관록을 드러내려는 비만체형 등은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아마도 김정은의 업적 부족을 만회하기 위한 연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 자체가 김정은의 자질을 그대로 드러나게 한다. 만일 김정은 자신의 생각으로 한 것이라면 그의 판단 능력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후견인들에 의한 연출이라면 김정은이 단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지 간에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출현이지 옛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습체제가 유지되더라도 최소한 개명군주(開明君主)의 등장을 기대하지 폭군의 재림은 아니다.


이렇듯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 김정은이 왕좌에 앉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시대착오적인 구시대로 되돌아감으로서 정치와 경제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을 또다시 기근에 허덕이게 하며 주변국가에까지 위협을 끼친다.


단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김정은이 실제로 권력을 계승하기까지 한동안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김정은이 ‘폐위’되는 일은 없을 것인가?


지금부터 몇 가지 되지 않지만 그동안 북한 당국에 의해 만들어져 온 김정은의 업적(?)을 살펴보면서 그가 후계자로서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기로 하자. 그에 앞서 우선 김정은의 현재 위치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 조작된 혈통


김정은의 공식적인 첫 등장은 지난 9월 28일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였다. 주요 언론들은 흥미 위주의 접근으로 김정은에게 과도한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이와 같은 보도들로 인해 당대표자회의 진정한 의의가 손실됐다.


중요한 의제는 두 가지로 정리된다. 야구에 비교해 보면 알기 쉽다. 하나는 심신(心身) 모두 힘이 다한 김정일이 드디어 강판될 시기를 맞이했으며, 서둘러서 구원투수를 올려 보내기 위한 지도층 회의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다음 시즌 이후를 내다 본 드래프트(신인선수 선택)회의이다. 알다시피 김정은은 이번 드래프트 회의에서 정식으로 제1위 지명을 받았다.


주요언론은 드래프트 1위에 시선을 빼앗겨 구원투수 등판이라는 실질적인 문제에서 눈을 돌리고 말았다. 당대표자회의의 흥을 돋우기 위해 김정은이 ‘김일성 흉내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도 언론들을 더욱 착각에 빠뜨리게 했다.


‘김정일은 병으로 더이상 공을 던질 수 없다’, ‘김정은은 연습 부족으로 아직 기용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명백히 드러난 사실이다. 구원으로 등판하는 구원투수는 경험과 기량이 풍부한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를 사람은 김정일의 처남이자 실질적 권력세력 제2위인 장성택 밖에 없게 된다.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은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요직에 배치됨으로서 노동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김정일의 여동생)이다. 김경희는 김정은과 더불어 인민군 대장칭호를 받고 노동당 정치국원으로 발탁됐다.


이로써 장성택 투수와 김경희 포수의 세트 교체가 준비된 것이다. 김경희가 장성택보다 상위로 승진한 것을 가리켜 장성택에 대한 ‘견제구’설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김경희의 대약진은 장성택과 한 세트이며, 이는 다름 아닌 장성택파의 권세를 나타내는 것이다.   


굳이 안주인을 전면에 내세운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것은 다음 시즌에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할 대의명분을 만드는 것이다. 장성택을 통한 ‘중계정권(中繼政權)’이 가족통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혈통을 통한 세습은 일단 맥이 끊기게 된다. 그 점에서 김경희를 대외적인 명분으로 내걸게 될 경우 실질적으로는 장성택 정권일지라도 혈통은 지속될 수 있다.


혈통의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도중에 ‘폐위’라는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최대약점은 역시 실적과 자질이 결여됐다는 점일 것이다. 후계자로 내정되고 나서 김정은이 실적 쌓기차원에서 주도했던 정책은 폭투의 연속이었다.


경제정책 면에서는 작년 봄 대규모 노력동원운동인 ‘150일간 전투’를 강행하고, 뒤이어 ‘100일간 전투’를 추가 발동시켜 주민들을 허덕이도록 했다. 이것도 부친인 김정일을 흉내낸 것이며, 경제적으로는 전혀 불필요한 조치였다. 김정은은 이를 통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수구파 간부들과 손을 잡고 부친을 구슬려서 무모한 화폐개혁(denomination)을 연말에 단행했다.


주민들이 갖고 있던 돈을 신화폐로 강제로 교환하고, 교환 한도액을 설정해 그나마 몇 푼 되지 않는 돈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 목적은 시장경제를 파괴시켜 사회주의 통제경제의 부활을 꾀하려는 것이었다. 실현불가능한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김정은은 나름대로 노(老)세대 지도부들의 복고풍 취미를 이용해 점수를 따려 했다. 교활한 계산이다. 이로 인해 막대한 물가폭등을 초래해 국민생활은 대혼란에 빠졌다. 이렇게 해서 김정은은 ‘가난을 가져다주는 신’으로서 북한주민들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선보이게 됐다.


김정은은 화폐개혁 실패를 통해 굉장히 겁을 먹게 됐다. 사후처리를 삼촌인 장성택에게 맡겨놓은 것은 물론이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수구파 간부에게 전가해 그들을 숙청했다. ‘스파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처형당한 이들을 비롯해서 100명 이상에 달하는 당간부들이 숙청이라는 폭풍에 휘말리게 되었다.


이렇게 김정은은 수구파 간부들 앞에 ‘역신(疫神)’으로 나타났다. 경제 문제에 겁을 먹은 김정은은 이번에는 불꽃놀이에 손을 댔다. 지난 4월과 10월에 각각 100억 가량의 거액을 들여 ‘축포야회(불꽃놀이 대회)’를 연 것이다. 이 외에도 3월에는 한국 초계함 천안호 격침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도 조부와 부친이 즐기는 파괴공작 흉내중 하나이다. 바로 ‘대장칭호’를 노린 모험주의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김정은은 주변국가에게 있어서도 ‘역신(疫神)’으로 등장했다.


김정은의 거칠고 사나운 성격은 혈육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2008년 3월에 후계자에 내정된 직후 김정은은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에게 숙청의 칼날을 내밀었다.


“지난 4월 3일 오후 8시경 평양에 있는 내 측근들이 연행됐다. 최근 내 주변 사람이 보위부(국가안전보위부)에 연행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오늘 아침(4월7일)에도 보위부 요원이 밀어닥치는 등 심상치 않은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다.”


이는 필자가 독자로부터 입수한 김정남의 대화록이다. ‘곁가지’라 불리는 형제간 ‘숙청극’마저도 부친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김정은의 모방기술은 자신의 우상화 작업에서도 나타난다.


필자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김정은은 지난해 7월 ‘김정은 혁명사적자료 발굴·고증 및 체계적 관리’라는 방침을 하달해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을 날조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정통성에 관해서 김정은이 미처 날조하지 못할 약점도 있다. 자신을 후계자로 올려 세운 유일한 원동력인 ‘혁명 혈통’이 바로 그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친모와 관련된 비밀이다.


◆ 김정은의 출생의 비밀


김정은의 친모는 재일교포인 고영희(2004년 5월 사망)이다. 북한의 신분제(3계층 52분류)에서 재일교포는 일반적으로 최하층인 ‘적대계층’에 속한다.


이와 같은 난제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김정은은 최근에 군부와 비밀경찰을 통해서 친모 고영희의 우상화작업을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다. 필자가 입수한 내부정보에 의하면 고영희에게 ‘평양의 어머니’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우리들의 어머니가 제일 좋아’를 비롯한 찬양가를 이미 여덟 곡이나 만들어서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떠도는 소문은 막을 수 없다. 고영희 이외에도 김정은의 친모 문제를 둘러싼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것은 김정은이 고영희가 낳은 아들이 아니라 김정일이 자신의 첩인 김옥에게서 낳은 아들이고, 고영희가 키우도록 한 것이라는 소문이다. 김옥과 김정은의 연령을 맞추어 보면 김옥이 19세 때 김정은을 낳은 것이 된다.


나이가 너무 어렸다는 점에서 김옥 생모설을 부정하는 의견도 있지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고영희가 떠맡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장남도 차남도 아닌 삼남인 김정은이 후계로 내정된 것. 친모(김옥)가 살아서 김정일의 옆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후계자로 선택된다는 시나리오는 앞뒤가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혈통의 정통성은 김정은에게 있어서 ‘양날의 칼’이자 권력승계의 ‘귀문(鬼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은에게 장점은 없는 것일까? 한 가지 있다. 바로 젊다는 것이다. 실력자인 장성택보다 오래 살 것은 확실하다. ‘폐위’되지 않고 수년 동안 견뎌 낼 수만 있다면 동창생인 최측근들도 성장할 것이고 대세는 김정은 쪽으로 흐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서투른 흉내가 원인이 되어 폐위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선보이지 않은 흉내 내기가 아직 더 남아 있다. 부친을 이어 받은 ‘3대혁명 소조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판 문화대혁명·홍위병 운동으로서 젊은이들로 조직된 김정일의 사병집단을 가리킨다. 이들은 과거 학교나 직장, 그리고 관청 및 정부기관 등에서 온갖 난폭한 행동을 통해 질서혼돈을 초래했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이양을 앞당기기 위해 하극상을 꾀했던 것이다. 만약 김정은이 이를 흉내 낸다면 북한의 ‘중계체제’는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다. ‘권력투쟁의 화신’이라 일컬어지는 장성택이 김정은의 사병운동을 묵인할지 어떨지. 그 모든 것은 김정은의 ‘착각’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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