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지시에 따라 최근 전국의 당위원회와 당 세포조직에 입당(入黨) 문턱을 높이기 위한 세부적인 지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 창건 75주년(10·10)을 맞아 당의 기틀을 바로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도내 입당 및 출당에 관한 상황을 심각히 생각하고 받아들여 보고한다는 평안북도 당위원장의 제의서가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에 중앙당에 올려졌다”며 “이후 김여정 동지가 조직지도부에 당을 정수분자 대열로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고, 조직지도부는 최근 전국 당위원회와 당 세포에 입당 문턱을 높일 방침들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북도 당위원장이 중앙에 올린 제의서에는 당원이 되면 오히려 사방으로 통제를 받는다며 입당을 부담으로 여기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고, 힘 있는 부모를 통해 돈이나 충성물자를 내고 당원이 되는 옳지 못한 경향 때문에 입당이 돈 있는 자들의 사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어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제의서에는 도내 법관들이 배경과 진위를 따지지 않고 당원들의 조그마한 잘못에도 서슴없이 당표를 벗겨 출당시키는 행위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오히려 출당을 반기거나 출당할 경우 국가에 대한 반감이 현저히 고조되는 사상동향 상태가 발견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같은 제의서를 받아본 김여정은 곧바로 중앙당 조직지도부 당생활지도과와 당원등록과에 생활지도 및 입당 사업을 면밀히 검토해 당 창건일 전에 당 대열을 정돈하고 당원들의 당성을 높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직지도부는 전국의 당원들에게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지난 8년간 월별, 분기별, 연별로 당성에 준해 맡은 임무에 대한 충실성을 검토해 개별적인 문건으로 만들어 제출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사상투쟁의 분위기에서 10월 10일 전까지 세포총회와 초급당총회를 진행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10월 10일 전에 당 대열을 정돈하는 문제에서 당성 단련 상태를 검토하라는 압력이 대단해 모두 숨죽이고 지시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당원들은 기억도 잘 안 나는 8년간의 생활을 당성에 준해서 검토하라는 것이 참 애매한데 두루뭉술하게 내면 야단을 맞을 것이고 생각이 안 난다고 하면 당성 부족으로 처벌을 받을 테니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한다고들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조직지도부는 전국의 당위원회와 당 세포조직에 ▲준비되지 못한 성원들은 당원으로 추천하지 말 것 ▲후보당 입당자들에 대한 사상과 당에 대한 충실성 검증을 한층 강화할 것 ▲출당자가 5명이 넘는 입당보증인은 당적 처벌을 받도록 해 책임지는 태도에서 보증을 서도록 할 것 등 입당 사업과 관련한 세부적인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특히 조직지도부는 정당원이 되기 전에 거쳐야 하는 후보당원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당 규약에는 후보당부터 정당원까지의 기간을 1년으로 한다는 점이 명시돼 있으나, 일단 현재로서는 당 규약 수정 없이 3년의 기간을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내년 1월 예정된 8차 당 대회에서 이와 관련한 당 규약이 부분적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인민군대에서 입당한 인원들은 이미 지난 3월부터 3년의 후보당원 기간이 적용됐다”며 “당원 80~90%가 군대를 거쳐 입당하기 때문에 군에 먼저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이번에 전체 당위원회와 세포에 포괄적인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입당 문턱을 높일 데 대한 세부 지침에 현재 내부에서는 ‘순수하게 준비된 사람만 당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인데 교양하고 타이르고 이끌어 당 대열에 세우는 것이 수령님의 광폭정치이고 인덕정치가 아닌가’ ‘너무 칼날을 세우는 것 같아 무섭다’ ‘차라리 장사하기 편한 직맹(조선직업총동맹)원이나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원으로 사는 게 낫겠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김여정은 신설된 당 조직행정부에 지난 7년간 사법기관들이 범죄행위와 연관된 당원들의 출당 문제를 심중히 다뤘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장성택 숙청과 함께 행정부가 해체된 이후를 기점으로 사법기관들이 당원들의 범죄 행위를 엄정하고 정확하게 수사해 출당 처리했는지 살펴보도록 한 것이다.
소식통은 “범죄를 저지른 당원은 사법기관의 조사를 바탕으로 안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출당 조치되기 때문에 당원의 출당 문제에서 사법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조직행정부가 신설되자마자 첫 사업으로 사법기관들이 당원들의 문제를 심중히 다뤘는가에 초점을 맞춰 수사권을 발동한다고 돼 있어 향후 사법기관들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직행정부는 사법기관들에 당원에 대해서는 그간의 범죄 전력과 죄질을 보고 교화보다 한 단계 낮은 단련형으로 한 번의 기회를 주도록 하고, 교양처리단계를 거쳤음에도 또다시 죄를 범한 당원에 대해서는 당원 자격을 박탈해도 좋다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