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제8차 노동당 대회가 개막한 지 8일 만에 막을 내렸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당 대회를 마무리하며 핵 억제력 강화와 새로운 5개년 경제계획 목표 달성을 의지를 내비쳤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전날 8차 당 대회가 폐막했으며,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결정서를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우선 김 총비서는 결산 연설에서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며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 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민군대 최정예화, 강군화하기 위한 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해 그 어떤 형태의 위협과 불의적 사태에도 국가방위의 주체로서 사명과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지난 9일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핵 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전술핵 개발 등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를 시사한 바 있다.
김 총비서는 또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도 반드시 수행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경제 건설은 오늘 우리가 총력을 집중해야 할 가장 중요한 혁명과업”이라며 “국가경제발전의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반드시 수행하기 위한 결사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총비서는 “국가의 통일적인 지휘와 관리 밑에 경제를 움직이는 체계와 질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데 당적, 국가적 힘을 넣어야 한다”며 “당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은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8차 당 대회의 구호를 대신해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가지 이념으로 제시했다.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해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기강을 다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는 “이민위천에는 전당이 인민을 위해 복무함을 당 건설과 활동의 출발점으로, 절대 불변한 원칙으로 하는 혁명적 당풍을 확고히 견지할 데 대한 우리 당의 항구적인 요구가 반영돼 있으며, 일심단결과 자력갱생에는 사상이론적 관점과 정책적 요구가 함축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위천은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김일성은 1992년 4월 발행한 회고록에서 “나의 좌우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는 이민위천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좌우명이라고 기재돼 있다.
아울러 김 총비서는 “전당적, 전국가적, 전인민적으로 강력한 교양과 규율을 앞세워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적 현상들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 부담 행위와 온갖 범죄 행위들을 견결히 억제하고 관리하도록 해야 하겠다”고 말했다. 이 또한 인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대회는 김 총비서의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결정서를 전원 찬성으로 채택했다. 다만 7차 대회 결정서와는 달리 대외엔 알리지 않고 ‘당내본으로 배포’를 결정했다. 이에 상당히 민감한 내부 문제가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북한은 당대회 후속 조치를 위해 최고인민회의를 소집했다.
노동신문은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를 주체110(2021년) 1월 17일 평양에서 소집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이달 하순에 개최할 것이라 밝혔지만 일정을 다소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에서는 조직 문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과 관련한 법령 채택 문제, 2020년 국가 예산 집행의 결산과 2021년 국가 예산에 대한 문제를 토의한다”고 전했다.
최고인민회의는 북한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으로 헌법과 법률 개정, 주요 국가기구 인사, 예산안 승인 등 역할을 한다.

한편,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배제됐던 김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의 직책이 노동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여정 명의의 대남 담화를 전하면서 그를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으로 소개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지금 우리 수도에서는 당 제8차 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곧 대회 사업의 성공을 축하하는 여러 행사들도 예견돼 있다”면서 “그런데 해괴한 것은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 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합동참모본부가 북한 당대회 관련 열병식 정황을 포착했다고 말하며 한미 정보 당국이 이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한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다.
김여정의 정치적 위상과 직책이 강등됐지만, 자신의 명의로 비난 메시지를 발표한 점으로 미뤄 향후에도 대남 업무를 지속 지휘·관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