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닌 당(黨) 간부 동정을 전면에 실은 건 ‘1호 사고’가 아닌 선전, 출판, 보도 부문 편집 방향 수정에 관한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앞서, 노동신문은 당 부위원장들의 동정 기사를 김 위원장 소식보다 앞에 배치했다. 통상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소식을 가장 앞쪽에 배치하는 북한 매체의 특성상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선전 및 보도 부문의 변화는 당 중앙의 지시 때문이다”며 “노동신문 배치 최종 결정자는 김여정 동지이지만 1호(최고지도자) 선전 관련 내용은 (김 위원장에게) 보고 후 승인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노동신문 기사 배치가 실무 단위의 실수가 아닌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는 뜻이다. 실제, 이번 일로 인해 선전선동부 출판보도과와 관련된 책임 일군 및 주필들에 대한 간부 사업(인사 조처)이 전혀 없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또 “이전(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일본새(업무 태도), 출판 보도 방식으로는 앞서가는 민심을 가다듬기 힘들다는 판단에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해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서 수령을 신비화하지 말라면서 기존의 선전·선동 방식의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선전 및 보도 부문의 변화도 이 같은 인식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대북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이어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해 민심이 이반을 우려가 커진 것도 지침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선전·선동과 출판 보도 부문 사업에 이민위천 사상을 새로운 중심으로 잡기 위한 조치가 진행중”이라면서 “현재 출판 및 보도 부문에 부분적으로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이민위천이 ‘백성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민심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노동신문 등 매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에 북한의 출판 및 보도 부분에서 김 위원장의 ‘애민(愛民) 행보’를 강조하기 위한 파격적인 선전들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재난 피해현장 현지지도 소식과 구제책 마련 상황을 연일 보도 하고 있다.
소식통은 “인민의 생명과 긴급상황에 대한 보도 출판 부문에서 긴급성과 중대성을 담기 위한 조치들이 진행 중”이라며 “보도에 인민을 위한 당, 인민을 위한 최고영도자라는 원칙을 녹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신문이 당 간부들 소식에 ‘료해(요해)’라는 말 대신 최고지도자에게 사용되던 ‘지도’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선전 전략 변화의 일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당에서 파견한 간부가 ‘료해’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긴급대책은 즉시 현장에서 세우고 지시할 수 있도록 ‘지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면서 “김정은 동지의 실천형 일군(일꾼)이 되라는 사상이 출판물에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간부들이 당 중앙에 보고하기 위해 현지 상황을 알아보고, 파악한다는 뜻인 ‘료해’ 대신 보다 적극적인 움직일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국회 정보위원회에 김 위원장이 분야별 국정운영 권한의 일부를 간부들에게 위임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