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이상 중요한 일이 어디 있습니까? 이 자리는 장관, 국회의원 직 보다 더 귀하고 중요합니다”
지난 9월 26일 출범한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하 지원재단) 초대 이사장에 선출된 김일주(78) 씨는 “남한사회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불편함 없이 정착하는 게 통일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이사장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가 2만 명을 넘은 15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지원재단 사무실에서 김 이사장을 만났다. 앞서 3월 26일 국회에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탈북자들의 지원을 총괄하는 지원재단의 첫 번째 수장이 누가될 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북한이탈주민후원회 당시(2010년 기준, 65억5천만 원)보다 4배가량 예산(2011년 기준, 248억 원)이 커진 만큼 단체운영에 대한 관심도 컸다.
2005년부터 북한이탈주민후원회장을 맡아온 김 이사장은 지난 5년간 후원회 사업을 무난히 진행해 왔던 만큼 업무의 연속성이 고려돼 발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단의 한 관계자 “탈북자들에게는 신뢰를 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후원회장을 하면서 탈북자들로부터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는 점도 반영된 같다”고 말했다.
또 그가 실향민으로서 평소 탈북자들에 관심을 갖고 친근감을 형성해 왔던 것 역시 좋은 평가가 뒤따랐다는 후문이다. 함경남도 단천 출신인 김 이사장도 “나도 (북을 떠난 지)60년 된 탈북자다. 이북 5도 출신 모든 탈북자들과는 피를 나눈 형제자매”라며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고 자부했다.
김 이사장은 ‘탈북자 2만 시대’에 대한 평가에 언급, “인간은 숨이 붙어있는 한 자유를 갈망하는 존재로 탈북 결정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행위이고 한국행은 사람 사는 사회로 오기 위한 선택”이라며 탈북을 경제적 이유로만 국한해 그 의미를 평가절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북 단파 라디오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자유를 찾는 탈북 증가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북한에 돈을 보낸 경험이 있고, 계속해 보내고 있는 탈북자들이 60%가 넘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며 “북한이 남한사회를 판잣집이 꽉 차 있고, 뒷골목에는 인분 때문에 발 디딜 자리가 없다고 선전하지만 정작 탈북자들의 남한사회 경험은 북한사회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고향집 부모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이 곳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뜨거운 물, 찬 물이 콸콸 쏟아지는 곳에서 살고 있다’ 면서 ‘도, 당비서 부럽지 않다’고 말하는 이야기들이 북한사회에 유입되고 있어 북한주민들도 남한사회의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지원재단의 활동에 대해서는 “그동안 후원회가 예산 때문에 소극적인 지원을 했다면 이제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탈북자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과학적인 분석을 위해 지원재단 내 ‘연구지원센터’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고, 의료지원과 장학지원을 보다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해 탈북자 900~1000명에게 의료비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원은 본인 부담금 1/3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라며 재단의 지원을 보다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살기위해 왔음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세상을 떠나는 탈북자들이 종종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또 35세까지만 대학교 학비 면제 혜택이 있어 제3국 체류기간을 길어져 나이가 들어 입국한 탈북자들이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에 대한 현실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외에도 취업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해서는 “자립한다는 게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남한사회 정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식주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김 이사장은 지원재단이 확대·개편된 만큼 단체가 방만해질 가능성에 대해 “자금이 투명하지 못하면 어떤 일도 하지 못한다. 인사기용과 자금운영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다. 또 사람에 일을 맞추지 않고 일에 사람을 맞춰 나갈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에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