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大 총회장 출신 이종철이 임수경에 띄운 편지

눈을 의심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취중이라 하지만… 믿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탈북자들에게 그런 식의 몰상식한 말들을 쏟아 내고 욕을 하며 ‘변절자’라 칭할 수 있는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의 말과 행동은 국회의원의 일반적인 행동으로 보아도 자질이 의심스럽습니다. 특히 탈북자분들을 그런 식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헌법기관 대한민국 국회의원으로서 자격미달이며 자격상실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임수경 의원님, 당신은 1989년 주사파 학생운동권이 북한에 파견한 최초의 대학생이었습니다. 과감히 금단의 벽을 넘었다는 사실이 크게 화제가 되었고 이후 당신은 ‘통일운동’의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당신을 시작으로 매년 학생운동 세력은 학생 대표를 북한으로 보냈습니다. 불법적 방북이 학생운동의 연례행사가 된 것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떻게 하면 공안기관의 눈을 피해 성공적으로 대학생을 북한에 들여보낼 것인가 하는 것이 초미의 관심사였지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15번 황선도 당신을 이어 1998년 북한으로 파견되었던 사람이지요. 그의 남편이자 범청학련 의장이었던 인물은 느닷없이 당신의 막말을 옹호하고 나섰더군요.


당신들은 북한에 가서 남쪽 정권을 비판하고 김일성과 김정일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그들 앞에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습니다.


당신은 그런 행동이 민주화 운동이었다며 당신의 방북을 민주화 운동으로 취급해 달라고 민주화보상심의원회에 제소를 하였더군요.


나는 이번에 당신의 막말 행동을 접하며 이것이 비단 당신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거 주사파로 활동했던 386정치인들이 절로 오버랩됩니다. 주사파 노선에 따라 운동을 하였던 많은 사람들, 이른바 386들이 대거 정치에 뛰어 들었고 민주통합당 안에는 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임종석이 당신을 비례대표로 추천하였다고 하지요. 임종석은 최초로 북한에 대학생을 파견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의장이었던 자신과, 그렇게 파견되어 갔던 당신의 행위를 무척 의미있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그것을 자신을 상징하는 주요한 ‘업적’으로 두고두고 내세우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당신이 탈북자들에게 한 행동이 나는 결코 우연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탈북자를 변절자라고 칭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을 일삼은 당신의 행동은 비단 당신의 전유물만이 아닌 바로 구(舊) 주사파 386 모두의 문제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운동의 신념을 접고 오랫동안 비켜나 있었던 임수경 의원 같은 사람이나 혹은 일찌감치 정치에 입문하였던 386 선배들의 생각이 과연 어느 지평에서 어떻게 박제화 되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당신의 발언이 있고나서 많은 이들이 제게 임수경도 종북 주사파냐고 물어 옵니다. 나는 임수경을 그렇게 보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당신 같은 사람들을 크게 친(親)종북세력 정도로 생각을 해 오고 있지요.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임수경은 종북 주사파인가? 아니, 주사파는 주사판데 신념이 없는 주사파? 혹은 주사파는 아닌데 신념만 없을 뿐 별반 차이 없는 주사파?… 통합진보당의 주사파가 신념을 지키며 변함없이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 것에 비추어 본다면 임수경 의원 당신 같은 사람은 일찌감치 신념을 포기한 주사파인 셈이지요. 신념을 포기했지만 종북과 친숙한 그래서 딱 거기까지 박제화된 친종북세력, 그렇게 보는 것이 맞겠지요.


그런데 그렇게 정리하자니 애당초 당신이 그리 신념이 투철한 주사파였던가 묻게 됩니다. 사실 당신은 그리 대단한 운동권은 아니었다지요? 그저 자유분방함이 돋보였을 뿐, 충분히 주체사상 학습을 한 후 북한에 파견된 투철한 운동권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면 당신 같은 부류는 무엇일까요?


당신은 김일성의 환대에 감읍한 나머지 그 기억이 박제화된 ‘얼치기’ 주사파였고, 어느 시점부터 운동적 활동은 접었지만, 그런 습성과 관념을 그대로 간직하고 살아온 대단히 감상적인 친종북세력쯤으로 분류될 수 있지 않을까 결론을 내 봅니다. 비단 당신의 시대뿐 아니라,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 교류협력 과정에서 이런 얼치기들이 많이 탄생하였다고도 하지요…


나는 가끔씩 종북세력보다 우리 사회의 친종북세력이 더 문제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종북세력을 두터운 벽으로 감싸주고 있는 친종북세력으로 인해 종북은 안전하고 편안하게 둥지를 틀고 있으니까요. 아니 아주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조직 사업을 하고 있지요. 당신들이 잘 보호해 주니 이제는 지하당이 필요없을 정도로 ‘대놓고’ 조직사업을 전개하는 것이지요.


지금은 고생 아닌 고생을 하고 있는 유시민도 구민노당과 손을 잡고 통합진보당을 만들 즈음엔 입만 열면 보수 세력이 종북이라는 말 좀 안썼으면 좋겠다고 주문하곤 하였지요. 그의 점잖은 폼새가 더욱 얄밉게 보일 정도로 종북세력을 옹호하기 바빴지요. 그러다 직접 부딪혀 겪어 보니 이제야 비로소 이 세력들 정말 심각하구나 하고 실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임수경 의원과 민주당에 대거 포진한 과거 주사파 운동권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부탁을 드립니다. 부디 이제는 고리를 끊어 주세요. 부디 종북과 단호히 선을 그어주세요. 더 이상 종북의 ‘온실’이 되지 말아 주세요.


임수경 의원에게 386 선배님들께 진심으로 호소합니다.


당신들의 과거에 대해 그리고 오늘의 생각에 대해 한번쯤은 냉엄하게 성찰을 해 줄 수 없을 까요. 말하자면 당신들은 신념을 버리고 정치를 한 사람들이고 통진당의 주사파들은 신념의 강자로서 신념을 지키며 꿋꿋이 실천해 나간 사람들로 구분되곤 하였지요.


그것은 다시 말해 구주사파 386들이 제대로 된 성찰을 거치기보다는 삶이나 현실에 대한 적당한 타협으로 그저 다른 길을 간 것일 뿐이라는 걸 의미하구요. 그리하여 당신들은 어떤 진정한 생각의 전환이라기보다는 단지 신념이 약화된 ‘생활주사파’이거나 현실과 타협한 옛주사파쯤으로 취급이 될 수 있겠지요.


당신들은 나름 고민을 하였고 성찰을 하였다고 이야기 하고 싶겠지요. 그러나 어정쩡한 성찰이 아니라 진정 냉엄한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한 때는 혁명을 하겠노라고 청춘을 불살랐던 그 치열함으로 진정 정의가 무엇인지 대의가 무엇인지 고민해 줄 수 없을까요? 북한 동포들의 현실, 단지 굶주림만이 아니라 총체적 반인권 비인권으로서의 북한 현실을 제대로 한번 검토해 줄 순 없을까요?


광주의 희생에 운동을 결심하였던 당신들이, 그보다 더 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고 당신들이 부정했던 박정희 군사정권보다 최소 50배에서 100배는 더 심각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곳이 북한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최소한 그런 북한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인지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당신들은 그들을 구원해 나서지는 못할지언정 최소한 더 이상 종북세력의 편이 되고 그들의 두터운 보호막이 되어주는 역할 따위는 걷어치울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러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당신이 종북세력과 선을 긋는다고 해서 보수가 되는 것도 아니고 새누리당에 패배하는 것도 아닙니다. 야당의 정체성을 잃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진보가 자라고 우리 사회가 제대로 된 보수 진보의 건강한 경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소중하고 중요한 출발을 선언하는 것입니다.


임수경 의원, 그리고 386 선배님, 부디 당신들이 더 이상 종북세력의 보호막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정 북한 동포들의 고통에 대해 한번이라도 제대로 알아보고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주세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그러면 ‘변절자’라는 말 그렇게 은연중 입밖으로 튀어나오진 않을 겁니다. 뼛속 깊은 주사파의 본성이 술힘을 빌어 그렇게 위험하고도 ‘진실되게’ 불쑥 튀어 나오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너무 아파서, 너무 아파서 온 밤을 지새우지는 못할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