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폴란드 北대사관, 건물 불법임대로 운용비 조달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위치한 북한 대사관이 현지 민영회사에 건물을 불법 임대한 것에 대해 폴란드 정부의 철회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고 RFA가 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방송은 현지인들의 관측을 인용해 현재 폴란드 북한 대사관 건물에 입주해 있는 민영 회사는 폴란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4 Fun TV’라는 방송국이라고 전했다. 폴란드 주소록에 나와 있는 ‘4 Fun TV’의 주소를 보면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의 주소와 일치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어 “‘4 Fun TV’가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입주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북한 대사관 건물 전체의 약 30%를 사용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임대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의 규모로 볼 때 임대료가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북한 대사관이 건물을 임대한 것은 ‘4 Fun TV’가 처음이 아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대사로 나와 있는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은 북한에 경제난이 절정에 달했던 1990년대 중반부터 ‘Zepter International’ 등 제법 규모가 큰 폴란드 민영 회사들에게 건물의 일부를 임대했다고 폴란드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Noland) 피터슨 국제경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경제난으로 해외에 있는 북한 대사관들은 불법적인 경제 활동을 통해 부족한 재정을 스스로 보충해 왔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북한 대사관은 스스로 대사관 운용자금을 마련해야 할 뿐 아니라 일부 자금을 평양에 보내야 한다”며 “그 결과 해외에 있는 대부분의 북한 대사관들은 술과 담배, 상아, 마약 등을 밀수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으며, 심지어 대사관 건물 안에서 불법적으로 쇠고기를 판매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이 건물의 일부를 외부에 임대하고 수익을 챙기는 행위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계적인 법률회사 DLA Piper의 자레드 겐서(Jared Genser) 변호사는 치외법권 지역인 대사관 건물이 외교 활동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현지 국내법뿐만 아니라 외교관의 외교특허 등을 정한 국제법 ‘빈 조약’ (Vienna Convention) 위반의 혐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겐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외교관들이 주둔하는 있는 곳은 상대 나라의 영토로 치외법권 지역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북한 대사관은 북한의 영토이다. 북한 대사관이 자국의 영토 안에 있는 공간을 외국 회사에 제공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법성 때문에 지난 2006년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의 건물임대 행위가 처음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폴란드 외교부는 ‘묵과할 수 없으며 임대 계약 철회를 요구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북한 대사관측은 이런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북한과의 비교적 우호적인 외교적 관계를 고려해 적극적인 임대 철회 요구에 나서지 못하고 있으며, 그렇다고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의 불법적인 임대 행위를 그냥 두고 볼 수도 없어 처리 문제에 고심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앞서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도 구내 건물 1개동을 공관 유지비 조달을 위해 현재 민간 기업에 임대하고 있으며, 호주 주재 북한 대사관은 돈이 없어서 아예 문을 닫기로 결정해 해외에 주재한 북한 대사관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