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北 中대사 북중경협 촉매로 나서나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 대사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이달에만 그는 임지인 평양을 벗어나 지난 11일부터 지린(吉林)성 일대를 거의 훑다시피했다. 이런 류 대사의 행보는 옌볜(延邊)자치주를 방문한 뒤 국경을 넘어 15∼16일 함경북도, 특히 라선시를 방문한 것에서 정점을 이뤘다.

그간 그의 행보를 꼼꼼히 짚어보면 북중 경제협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11일 창춘(長春)을 방문, 왕민(王珉) 지린성 서기를 만났을 때는 지린성과 북한의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말이 의견교환이지 실제로는 북한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린성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류 대사가 모종의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이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지린성은 난핑(南坪)-무산철광 철광분 수송관 건설, 투먼(圖們)과 북한의 남양 사이의 국경자유무역구 건설, 훈춘(琿春)의 취안허(圈河)에서 북한의 원정리를 거쳐 라진항을 연결하는 도로건설, 라진항 부두건설 등 북한의 협조가 필수적인 투자계획을 동북진흥계획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라진항 개발은 두만강개발프로젝트의 핵심항목으로 사방이 육지로 막혀 있는 지린성으로서는 일본과 미국 등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반드시 뚫어야 하는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지린성은 2∼6일 창춘에서 개최된 제3회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에 리용남 무역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대표단을 초청해 극진히 공을 들였다.

류 대사는 13일에는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해 만나 덩카이(鄧凱) 주서기는 박람회 기간 리 부상을 영접했던 중국측 파트너였다.

류 대사는 지린성 방문을 마치고 곧바로 북한으로 넘어갔다.

그가 통과했던 국경출입구가 어디였는지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현재로서는 류 대사가 취안허-원정리 구간을 통과해 청진으로 들어갔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지린성이 출해통로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류 대사가 몸으로 다시 전달해준 셈이 된다.

그는 실제로 김영철 라선시 부위원장을 만나 “라선시는 조선의 첫 경제무역구로서 중조 경제무역 협력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이번 류 대사의 함경북도와 라선시 방문에 북한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웹사이트에 따르면 박수길 함경북도 인민위원장이나 김영철 라선시 부위원장이 모두 중국과 경제무역 합작관계를 강화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난 원칙을 강조한 것에 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간 북중 양국 사이에서는 제2압록강대교 건설, 지하자원 개발, 라진항 부두건설과 국경자유무역구 건설 등 여러 경협 방안이 논의됐지만 북한의 최종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설령 투자협의서까지 체결됐더라도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북한의 소극적 태도는 급작스럽게 개방수준이 확대될 경우 체제동요를 우려한 탓도 있겠지만 특정 국가, 특히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경계심이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이런 북한의 우려는 3일 창춘에서 동북아투자무역박람회 일환으로 열린 ‘조선상무일’ 행사에서 중국측이 동북진흥계획을 소개하고 참여를 요청하자 북한측은 “우리는 세계 여러 나라와 경제무역 협력관계를 갖는다는 원칙을 시종일관 견지해왔다”는 원칙론으로 응수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류 대사의 지린성에 이은 함경북도 방문이 4일 베이징(北京)에서 제3차 북중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가 개최된 직후이면서 동시에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태도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제3차 회의에서 동북진흥계획에 대한 양국의 구체적 협력방안이 의제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크지만 양국 언론은 회의가 개최됐다는 사실만 보도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렇지만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경협이 중점 의제가 된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 중국으로서는 이번 회의에서 북한에 모종의 ‘지분’을 강력히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고 만약 그랬다면 북한도 원칙론만을 내세워 이런 요구를 무시하기만은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런 맥락에서 류 대사의 광폭행보는 북중 경제협력의 일선에서 중국의 희망을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을 설득해 협조를 이끌어내는 해결사 역할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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