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할 시 ‘포괄적 패키지’의 일환으로 400억 달러 규모의 대북 원조기금 조성 방안을 마련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가 21일 서울발로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최근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세계은행(IBRD), 각국 정부들로부터 400억달러의 자금을 모아 북한에 지원하는 내용이 북한 정부에 제시할 ‘당근’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금으로 북한에 5개 자유무역지대를 만들고, 년 생산 300만 달러 규모의 수출기업 100개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는 북한에 철도·도로·통신망을 건설해 30만 명의 산업인력을 훈련하는 것을 지원하면서 산림녹화 사업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골드만삭스에 북한 문제에 대한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면 안전을 보장받고 외교적 관계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방한 중에 밝힌 ‘포괄적 패키지’ 입장 이후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구체적 구상의 윤곽이 드러난 것으로 향후 전략적 패키지에 대한 한미일간 논의가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캠벨 차관보는 20일 국내 중견 언론인들과의 조찬 간담회에서 “만일 평양이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한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다면 나머지 6자회담 당사국들은 포괄적 패키지를 보낼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 단독이 아닌 한중일과 조율 과정을 거쳐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22~23일 태국 푸켓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첫 무대로 포괄적 패키지 구상에 대한 공감대를 6자회담 참가국들에 확산시킨다는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포괄적 패키지 구상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측에 제안했고, 미국도 대협상(grand bargain)이란 표현으로 이에 대해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패키지는 기존 북핵 협상방식인 ‘핵시설 동결-핵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핵폐기’라는 단계별 조치에 대한 보상 방식에서 탈피, 북한의 핵무기,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 등을 완전히 폐기하는 조건에서 북미관계정상화 등 포괄적인 대가를 북한에 한꺼번에 제공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