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 “북핵불능화 진척 따라 중유지원 조절”

한국과 러시아 정부는 북한에 대한 경제·에너지 지원을 북한의 핵 불능화 진척에 맞춰 수위를 조절하기로 했다.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 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3일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러시아 측 수석 대표인 알렉세이 보로다브킨 외무차관을 만나 북한의 테러지원 해제 이후 진행되고 있는 북핵 불능화 프로세스와 6자회담 개최 시기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보로다브킨 차관은 모두 발언을 통해 “북핵 불능화 2단계 마무리라는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아주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면서 “한국은 물론 당사국 간 입장 조율을 위해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24일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대표는 북핵 신고서 검증 문제를 포함해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 이후 6자회담 차원에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북핵 불능화 2단계를 마무리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외교 소식통의 말을 인용, 통신은 전했다.

특히 양국은 북핵 불능화 2단계 마무리와 관련, 북한의 불능화 조치는 가역적(可逆的)이지만 5개국의 에너지 지원은 불가역적(不可逆的) 사항인 만큼 북한이 어떤 조치를 하는지를 봐 가며 경제·에너지 지원에 대한 보조를 맞춰나가기로 했다.

또한 현재 일본이 자국 납치자 문제를 이유로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을 미루고 있는 것과 관련, 양국 대표는 북한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함과 동시에 일본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

김 본부장은 회담이 끝난 뒤 가진 한국 특파원과 간담회에서 “일본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은 많다고 본다”면서 “대북 에너지 지원을 미루는 것은 유감이지만 6자회담에서 일본을 배제하는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 11일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고 지난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핵 불능화 작업 재개를 확인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면서 미국의 조치에 유감을 표시했고, 이에 대해 북한은 일본을 6자회담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1일 일본 정부는 북핵폐기 대가로 한·미·중·일·러 5개국이 분담 지원키로 한 중유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핵시설 폐기 자체에 들어가는 비용 및 기술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양국 대표는 북핵 검증이 과학적이면서도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기로 했으며 검증 과정에서 핵 사찰 경험과 기술이 풍부한 IAEA의 역할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했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사전 협의와 검토를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의장국인 중국이 회담 개최 시기를 언제로 잡을지 모르지만 다음 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데 생각을 같이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 김 본부장은 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에서 추동력이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회담이 너무 뒤로 미뤄져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미국 대선(11월4일)이 회담 개최 시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러시아 측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하고 철도 사업을 포함해 남·북·러 3각(角) 경제협력에 한국 측 참여를 적극 원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날 회담은 한·러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한 차원 높아진 만큼 북핵 문제도 양국이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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