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국적 숨겨 英 난민신청 탈북자 수백명














▲탈북자들이 하나원에서 교육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에 입국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들이 자신의 신분을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제3국(중국 또는 동남아 거주) 체류 탈북자로 위장해 영국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탈북자들은 관광 목적으로 영국에 무비자 입국을 하거나 태국 등 동남아 국가로 출국해 위조여권을 구입, 영국에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방식으로 현재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최소 2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11월 영국에 입국해 난민 심사를 마친 탈북자 임 모(25) 씨는 “난민 심사 과정에서 조사관들이 영국에만 탈북자가 400명 정도 거주하고 있다는 말을 해줬다”면서 “이 중 대부분이 한국 국적이면서도 영국에 난민 신청한 탈북자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데일리NK와 통화한 영국행 중개 브로커는 “이런 방식으로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가 수백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영국 난민 심사기관은 난민 신청을 한 한국 국적의 탈북자들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대사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본국에 문의 중에 있으며 금주 중 공식 입장이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영국 난민 심사를 통과한 복수의 탈북자들에 따르면,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 대부분은 현재 한국 국적 취득 사실을 숨긴 탈북자들이 대부분이고 중국 조선족이 탈북자로 신분을 가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한국에서 탈북자를 2등 국민 취급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면서 “선진국에서 영어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새 출발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제 3국을 거쳐 영국으로 입국할 경우 대략 300만원 이상의 경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주택공사 아파트를 반환하는 방식(대략 600만원 이상을 환불 받음)으로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영국행은 젊은 탈북자 층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00학교는 재학생 상당수가 영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정착인 신문’의 전병호 편집인도 “영국에 있는 지인에게 직접 들은 바에 따르면,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 숫자가 이미 300명을 넘어섰다”면서 “브로커들이 자신들의 영리를 목적으로 탈북자들을 회유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얼마 전 자신도 브로커에게 영국 행을 권유받았다고 털어놨다.

탈북자들의 영국 불법 입국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도 우리 정부는 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 정착지원과 최모 사무관은 “탈북자들의 영국행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탈북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영국 내 한인교회 관계자들이 ‘더 이상 탈북자들을 보내지 말아달라’고 말한다”면서 “영국 당국이 지금은 몰라서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알려질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북자동지회 이해영 사무국장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이 능력의 한계도 느끼고 국민정서나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복지가 잘돼있다는 영국행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어느 사회나 적응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면서 “분단됐지만 이곳도 우리의 조국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꿋꿋이 이겨내는 것이 후배 탈북자들에게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국의 탈북자 조사 절차 및 방법=현지 난민심사를 통과한 탈북자들은 영국에서 난민자격을 받는 것이 비교적 쉽다고 말한다.

영국 이민국은 탈북자들에 대해 다른 나라 난민들과 동등한 절차에 따라 조사를 한다. 조사과정의 질문도 북한노래, 역사, 지리 등과 북 행정체계나 내부사정에 대해 몇 가지만 알고 있어도 북한사람으로 인정, 난민자격을 주고 있다. 특히 북한 화폐, 출생증, 공민증, 사진을 가지고 있으면 이민국의 심사를 쉽게 통과할 수 있다.

영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은 공항에서 입국 목적, 체류기간, 숙박 예약 여부 등에 대한 간단한 입국심사를 거친다. 이때 입국 불허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간혹 있다고 한다. 입국심사를 통과하면 보통 하루를 숙식하고 곧바로 이민국으로 가 “I am North-Korean”이라고 하면 곧바로 난민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미 한국 입국 과정에서 엄격한 조사과정을 경험했던 탈북자들은 영국 이민국의 조사에 대해 ‘형식적인 조사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영국에 거주하는 한 탈북자에 따르면 “조사기간에는 호텔에서 생활하는데 출입도 자유롭고, 하루에 한번 조사기관에 가서 간단히 조사받고 그 외에는 매우 자유롭게 지낸다. 한국처럼 가둬놓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국내 입국 탈북자들의 영국행 방법=탈북자들의 영국행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관광을 가장해 무비자로 입국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제3국을 통해 위조여권을 통한 입국이다.

태국 등 동남아로 출국한 탈북자들은 현지에서 소개 받은 브로커를 만나 입국 방법과 난민 심사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듣는다. 브로커들은 탈북자들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살다가 곧바로 영국에 입국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그들에게 북한산 특산품이나 옷가지 등을 준비해준다. 또 중국이나 홍콩 또는 동남아에서 위조여권을 만들어준다.

▲왜 탈북자들은 영국 행을 시도하나=생활고나 교육에 따른 부담이 탈북자들의 영국 행을 부추기고 있다. 또 브로커들의 회유도 이 같은 현상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자녀가 있는 탈북자들은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감, 자녀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영국으로 가려고 한다. 생활비 지원뿐만 아니라 교육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영국의 복지 및 교육정책에 대한 기대에 따른 결정이다.

미취업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영국에서 나이 든 난민에게는 집과 생활비를 제공한다는 브로커들의 이야기를 듣고 가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직장생활 적응 실패와 그에 따른 생활고를 참지 못하고 영국의 복지정책에 무작정 희망을 걸고 출국한다.

영국행을 준비중인 탈북자 김영철(가명·42) 씨는 “우리는 남한에서 중국 조선족보다 더한 수모와 멸시를 당한다”며 “이왕 이민자 취급을 받는다면 차라리 ‘코 큰 놈들’속에 가서 이민생활 하는 것이 같은 민족에게 수모 받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대학생들과 청소년들의 영국행이다. 이들은 브로커의 회유나 주변 소문만을 듣고 영국행을 결심하고 있다. 정상적인 유학 절차도 있지만, 각종 비용과 난민에게 주어지는 복지 혜택, 국적 취득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난민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영국 행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S대 재학중인 한성희(가명·23) 씨는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학업 성적이 부진하고, 졸업 후에도 취업 걱정이 많다”면서 “영국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 계속 머물거나, 다시 돌아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