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북한에 재차 북핵 해결의 진정성과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함에 따라 북핵정국은 당분간 동면(冬眠) 모드로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임 글린 데이비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8일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면담 후 가진 약식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려는 진정성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데이비스 대표의 이번 방한은 미국의 향후 대북접근 수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그는 일단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머지않은 미래에 북한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얘기하길 희망하지만 솔직히 회담을 위한 회담에는 관심이 없다”고 분명한 어투로 말했다.
지난 두 차례의 미북간 회담을 ‘탐사’ 성격으로 규정한 데이비스는 ‘목적의 진정성(seriousness of purpose) 확인’이란 표현을 써 다음 이뤄질 3차고위급회담의 성격을 규정했다.
3차회담에서도 탐색전을 갖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으로 북한의 조치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임 본부장도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며 동조했다.
일각에서는 데이비스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6자회담 논의가 적극화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북한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당분간 국면 전환은 없게 됐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시험용 경수로 건설과 저농축 우라늄 생산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고 밝혀 사실상 한미의 비핵화 사전조치를 거부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또 “남북한 간 대화를 대북 접근과 6자회담 재개의 필수 요소(essential element)”라며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주문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오히려 대남 비방을 강화하는 추세. 근래 들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역도’라는 실명 비난을 재개했고, 대북정책의 유연성을 ‘기만극’ ‘말장난’이라고 연일 비판을 지속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추진이 남북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는 기대도 내놨으나 남북간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이 당장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경책을 택할 가능성 커 보이지 않는다. 남북, 미북간 협상 가능성은 열어 놓으면서 이명박 정부에 대해 비난이나 한반도 무력분쟁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이며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북은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미 행정부는 조만간 대북식량지원 재개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사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쌀·밀가루 대신 영양 비스킷과 영양제가 포함된 영양보조제를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스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 등 정치적 사안과 인도적 지원은 별개의 사안이고, 오늘도 (임 본부장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