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외교·국방장관 4명이 21일 ‘2+2회의’에 앞서 사상 처음으로 공동경비구역(JSA) 등 최전방을 동반 방문했다.
유명환 외교장관과 김태영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비무장지대(DMZ) 인근 오울렛 초소와 자유의 집,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등을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고 북한군의 동향에 대한 브리핑을 청취했다.
미국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국무·국방장관이 동반해서 DMZ를 찾은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유명환 외교 장관, 김태영 국방장관도 동행, 한미 외교·국방장관 4명이 한꺼번에 DMZ를 방문해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양국 외교·국방장관 4명은 군사분계선(MDL)에서 25m 떨어진 오울렛 초소에서 북한지역을 지켜본 뒤 초소에 근무 중인 미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북한군 초소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오울렛 초소는 DMZ에서 가장 전략적인 장소로 날씨가 맑은 날이면 개성시와 개성공단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지난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초소를 방문했다. 클린턴 장관은 남편이 방문한지 17년 만에 이 초소를 찾은 것이다. 애초 계획했던 ‘돌아오지 않는 다리’ 방문은 출발 시간이 지연되면서 취소됐다.
4명의 장관들은 자유의 집을 방문, 45명의 한미 장병들과 단체사진을 촬영했으며 JSA에서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장관들이 JSA내 정전위 회의실을 둘러보는 것을 북한군들이 북한측 회의실 창문으로 들여다보기도 했다.
세 번째 DMZ 방문인 게이츠 장관은 “DMZ를 20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지만 북쪽은 거의 변한 것이 없는 반면, 한국의 번영을 보고 놀랐다”면서 “북한은 대조적으로 고립과 박탈이 지속되고 있으며, 우리가 천안함 침몰 사건에서 보았듯이 북한은 예상치 못한 도발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이츠 장관은 “우리가 여기에 온 것은 정전협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는 한국과 미국, 다른 나라 군인들에 감사를 표시하는 것 뿐아니라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굳건하다는 것을 북한과 세계에 강한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동맹은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 잠재적인 도발자들을 억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국의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민주주의와 자유라는 공통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북한은 고립에 빠져있을 뿐 아니라 주민들은 너무나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북한에 ‘다른 길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에 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이라며 “그러나 그들이(북한 당국이) 방향을 바꾸기 전까지 미국은 한국 국민과 정부를 대신해서 굳건히 서 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동맹국과 파트너들에게 확고한 방어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는 한미 동맹을 한층 격상시켜 대북 억지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개최되는 만큼 양국 외교·국방 장관의 최전방 방문의 의미가 크다.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이 또 다시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한미 동맹을 과시하고, 정전협정 의무를 북한이 반드시 지키도록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앞서 게이츠 장관은 전날 경기도 동두천의 주한미군기지 캠프 케이시를 방문, DMZ 방문 이유에 대해 “한반도와 역내를 확고히 지켜내겠다는 의지와 변함없는 대한(對韓) 방어 공약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나타내고, 우리와 동맹들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북한의 미사일 및 핵확산 위협에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