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임박 징후가 포착된 가운데 진행된 지난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모든 사안을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으며, 북한의 추가 도발 시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대북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정상회담은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북한에 보낸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이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6일 박근혜 대통령과 한미연합사를 공식 방문한 데 이어 서울 용산미군기지에서 미군 장병과 가족 1500여 명 앞에서의 연설을 마지막으로 공식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양국 정상의 연합사 방문은 1978년 창설이래 처음으로 북한의 무력도발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은 동북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유엔에서 세계와 동북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더 강한 제재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핵을 가진 북한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위협은 북한에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고 다만 고립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북한이 취해야 할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고 또 국제의무를 준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은 27일 한미 정상회담 내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박 대통령이 있는 한 “북남관계에서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고 발끈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발언에 대해 “북남 전면대결을 선언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라며 “박근혜는 이번에 반통일의 길, 반평화의 길, 대결과 전쟁의 길을 택한 것으로 하여 그 대가를 단단히 치르게 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성명은 특히 박 대통령의 북한 관련 발언을 ‘철부지 계집애’, ‘구정물같은 망발’, ‘사대매국노’ 등 입에 담지 못할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등 대남 비난 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향후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한미 정상은 강력한 대북 경고와 도발 시 강력 제재 방침을 밝히면서도 북한이 기대한 5·24조치 해제, 6자회담 조속 재개 등과 같은 북한이 원했던 ‘당근’은 제시하지 않았다.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아무것도 얻지 못한 북한이 대남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과거 북한의 세 차례 핵실험을 보면 국제정세나 남북관계와는 무관하게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동기’에 의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데일리NK에 두 정상의 대북메시지에 대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말과 행동으로 북한이 4차 핵실험 등 섣부른 도발을 강행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대북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렇다고 해서 북한이 핵실험 등과 같은 무력도발에 대한 의지를 접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불만을 품은) 김정은 정권은 현재 핵실험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메시지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보냈지만,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부족했다는 평가도 있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한미 정상의 대북 메시지는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에게도 영향을 주어야 한다”면서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일본, 한국 등 동북아에 핵무장 도미노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등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나서서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관계를 끊을 수 있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북에 보내지 않는 이상 북한은 핵실험의 시기를 계속 저울질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