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 인권·금강산사건’ 언급 큰 성과”

▲ 청와대 녹지원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답변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은 6일 제3차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와 국제공조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개선을 공개 촉구하고,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의 상생·공영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표명했다. 또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한 유감표명과 남북대화 재개에 지지입장을 보인 것도 상당한 성과다.

양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21세기 안보환경의 변화와 미래 수요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조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면서 “한미동맹이 공통의 가치와 신뢰를 기반으로 안보협력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협력까지 포괄하도록 협력의 범위가 확대·심화돼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1차 정상회담 당시 합의한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의 발전상을 담은 ‘한미동맹 미래비전’ 성명 등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 방향에 대해 큰 틀의 원칙을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양 정상은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연내 비준 노력, 북핵 및 대북문제 공조, 한국인의 미국비자 면제 프로그램 연내 가입, 한국 대학생의 미국 취업 연수 프로그램 실시, 항공우주 분야 협력 등의 합의들을 이끌어 냈다.

또한 테러리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등 범세계적 문제에 대한 협력 강화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한미간 안보전략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론적 수준의 회담이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대우 세종연구소 연구지원실장은 “신안보 공동선언이 핵심인데 구체적인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고,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 4월 1차 정상회담의 후속적 성과는 없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실제 두 정상은 “한·미연합방위력 강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및 주한미군기지 이전과 재배치에 관한 합의를 지속적으로 이행한다”고만 합의함으로써 추후 주한미군 지위변경, 한국측 방위비분담률 상향 등은 후속논의가 불가피하다.

◆ 북한인권 개선 첫 언급=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내 인권상황 개선의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져야 하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북한 인권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측은 당초 원안에서 북한 인권개선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는 표현을 원했으나 남북관계를 감안한 한국측의 요구로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향후 대북한 관계 정상화 과정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것임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이명박 정부도 공개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 지난 10년간의 좌파정권과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에 요구할 것은 요구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 정상이 북한인권 개선에 대해 한목소리를 낸 것은 북한 당국을 향한 압박”이라며 “특히, 공개적으로 북한인권문제를 거론한 것은 한미가 대북정책에 있어 기본적으로 인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미북간 정상화과정에서 인권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면서 “지난 10년 정권이 북한인권에 침묵해 왔는데 이제라도 한미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중요한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지원실장도 “참여정부 시절 미흡했던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할말은 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한미가 대북정책에 있어 인권문제를 강한 압박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고 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그동안 간과해왔던 북한인권문제를 제기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북한의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것에서 새 정부는 벗어나는 정책을 취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북한이 당장 인권개선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오히려 남북관계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지만 계속해서 인권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 北核 공조 재확인=양 정상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서 제출을 환영하고,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그러면서 검증체계 구축에 대한 북한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고 비핵화 3단계 조치를 통해 현존하는 모든 핵 계획의 완전한 포기를 촉구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11일로 예정된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도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에 적극적인 협력을 하지 않을 경우 연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양 정상은 또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이 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갈 수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대북 관계와 관련한 긴밀한 협력과 정책 조율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른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무력화 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이 대통령의 대북 구상 및 최근 남북 대화재개 제의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도 재확인됐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북핵 문제에 대해 한 치의 빈 틈 없는 공조태세를 보여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이라는 것이 허구임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북핵문제 해결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대북지원이나 북미관계 정상화도 차질을 빚을 수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요구하는 북핵 검증체제에 북한이 ‘오케이’하면 테러지원국 해제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라며 “만약 미북간 합의가 안 된 상황이면 부시 행정부가 (의회 등의 반발이 우려되므로) 테러지원국 해제를 11일 내에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북한이 검증체계 구축에 전향적으로 응해야 된다는 압박”이라고 해석했고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를 직접 거론한 것을 볼 때 검증체계 구축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며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시한인 11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 금강산 사건 언급 ‘통미봉남’ 차단=부시 대통령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에 대해 유감을 공식표명하고 당국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북측에 촉구했다.

공동성명 문안에 공식적으로 담겼다는 것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조속한 해결과 이러한 비극의 재발방지를 위해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에 응해야 된다”고 말했고, 이는 그대로 공동성명에 표현됐다.

이에 대해 전 선임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이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라면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기대하는 북한 당국에는 상당한 압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독도 영유권 주장파문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격이 예민한 탓인지 이날 공동성명에는 담기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미 지명위원회의 잘못된 독도 표기를 즉각 환원시켰지만 여전히 국제분쟁에 대해서는 중립지대에 남아있겠다는 미국 입장이 반영됐다.

◆ 아프간 파병 요청 없어=아프가니스탄의 한국군 파병 요청 관련 논의가 있었는가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논의가 없었다”고 말한 반면, 부시 대통령은 “비군사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한국군의 파병을 포함한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강력히 희망했다. 하지만 정부는 아프간에서 철군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재파병은 국민들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난색을 표명했다.

결국 이날 공동성명에서는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이 적극 반영돼 구체적인 파병문제는 담기지 않는 쪽으로 정리됐다. 성명에는 대신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및 아프간 등에서의 한국기여에 깊은 사의 표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윤 교수는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도 “한미동맹과 국민 여론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지원실장도 “경찰파병은 적극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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