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北사과-비핵화’ 분리 입장…한발 양보?

지난 18일 미중정상회담 이후 6자회담 재개와 관련된 양국의 행보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최근 한-일-중을 연쇄 방문해 6자회담 재개와 관련 협의를 가졌고, 중국 다이빙궈 국무위원도 러시아 방문에 이어 곧 북한과의 접촉을 추진할 전망이다. 특히 북한 비핵화 관련 북중간 최종 의견 조율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미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긴장완화 및 비핵화 논의를 위해 6자회담 재개가 불가피하다는 데 사실상 의견이 모아짐에 따라, 일단 6자회담 재개 움직임이 어느정도 탄력을 받고 있다.


특히 스타인버그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 결과를 바탕으로 중국이 한-미-중간 절충안을 만들어 북한에 전달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진전된 태도를 보이면 6자회담 재개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남북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던 ‘북한의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 없이도 6자회담을 비롯한 비핵화 관련 대화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이러한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린다.


그동안 정부는 6자회담 문제도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사과 등 남북관계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대북 기조를 유지해왔다.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관련 책임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대화재개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26일 정부 고위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과정에서 천안함과 연평도 사과는 직접적인 이슈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천안함·연평도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으면 6자회담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당국자의 이날 발언은 스타인버그 부장관과의 회동 직후 나온 것이라 한미가 천안함·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비핵화 회담을 분리하기로 조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박종철 통일연구위원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회담과 북한의 천안함과 연평도 관련 책임있는 조치 약속을 완전히 분리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그동안 천명했던 대화재개 원칙과 비교했을 때 다소 완화된 것은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이 대화재개를 위한 속도를 내고 있어 6자회담 재개 모멘텀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방한 당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미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해온 사실을 밝힌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자리에서 정부는 “당장 식량지원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고, 미국도 이에 공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협상 재개를 위해 식량지원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식량지원을 미끼로 북한에게 ‘비핵화 회담을 위한 예비회담’ 정도를 요구해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조영기 고려대 교수는 “미중이 비핵화를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에 6자회담으로 갈 수밖에 없는 외부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면서 “미국은 핵폐기라는 한국정부의 입장과 달리 핵 비확산이라는 목표 아래 대화재개를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도 “미중의 행보로 보아 비핵화를 위한 예비회담 정도는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남북대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표시가 충분치 못할 경우, 미중의 6자회담 재개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이 남북군사회담에서 비핵화 관련 진정된 입장을 보여야 6자회담 재개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천안함·연평도 사과를 비롯해 북한의 태도 변화에 한미가 만족해야만 6자회담 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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