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이 미 워싱턴에서 16일(현지시간) 예정된 가운데,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과 양국의 억류자 문제 등에 대한 두 정상의 회담에 관심이 주목된다.
지난 4월초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던 양 정상은 당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에 대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강화된 대응을 다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향해 강도 높은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양 정상은 지난 4월말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작으로 2차 핵실험 단행,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위협 등 최근 북한의 일련의 도발행위에 대해 강력한 우려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1874호에 대해 ‘우라늄 농축-플루토늄 전량 무기화’로 맞서고 있는 북한에 대해 결의안 철저한 이행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 촉구와 제재 강화 입장을 확인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안보리 결의안 1874호가 담고 있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활동과 연계된 자금 흐름을 차단하는 방안과 최근 또다시 불거진 북한산 100달러 위조지폐 ‘슈퍼노트’ 문제에 대해 양국의 공조를 확인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북한을 대화의 틀로 유도하는 방안에 대한 입장도 발표문에 담게 될 것으로 보이며, 현재 억류중인 현대아산 유 모씨와 미 여기자 등 양국의 억류자에 대한 북한에 조속한 석방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자회담의 성과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후 “북한을 제외한 5개국이 모여 북한이 핵 포기로 원하는 게 정확하게 무엇인지, 핵을 포기시키는 조치가 무엇인지를 의논해야 한다”며 5자회담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를(5자회담 필요성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말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동의를 구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5자회담에 동의할 경우, 또 다른 측면에서 대북 압박 카드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또, 양 정상은 북한에 대한 재재-대화 메시지와 더불어 확고한 한미동맹 입장을 밝혀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효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미 양국은 사전 교감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미래비전’ 선언을 채택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언에서는 그간 군사동맹 차원의 ‘한미동맹’을 정치·경제·사회·문화 까지 아우르는 ‘21세기형 포괄적 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합의했던 ‘21세기 전략동맹’을 보다 구체화된 것으로 특히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 및 재래식 전력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동맹국이 공격을 받았을 때 자국과 똑같은 차원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위협을 제거한다는 종합적 방위동맹 개념으로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공약을 대체하는 것이다.
2002년 미 핵계획검토보고(NPR)에 따르면, ‘확장 억지력’의 대표적 수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기존 3대 전략무기에 보다 다양화된 타격 수단을 보완했고, 특히 적의 대량살상무기(WMD)가 미국 본토나 동맹국의 지상에 도달하기 전 공중에서 폭파시키는 방어활동, WMD 사용 징후 시 경보·탐지·방사능 오염제거 등의 수단까지 동맹국에 제공하는 개념으로 확대 해석되고 있다.
이런 개념의 ‘확장 억지력’을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서로 합의하는 것은 외교적 함의가 매우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재건사업,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입장, 세계금융위기 공조방안, 저탄소 녹색정상 등 글로벌 이슈를 비롯, 양국간 경제적·인적·문화적 교류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방미기간 정상회담 일정 외에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오바마 행정부 핵심 각료들과의 연쇄 접견을 통해 양국간 분야별 현안을 논의한다.
또, 상·하원 지도부 간담회, 한·미 CEO 간담회,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 등의 일정들을 소화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