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 하노이 회동 성과와 향후 전망

“북한이라는 협상 상대를 상정한 가상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자리였다고 본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15일 하노이에서 회동, 조만간 재개될 6자회담 전략을 숙의한 장면을 지켜본 현지 외교소식통은 이번 회동의 의미를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 몇년간 진행된 6자회담을 되돌아볼 때 북한을 상대로 효과적인 전략없이 협상에 임했을 경우 ’소모적인 신경전’을 되풀이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는 교훈이 이번 3자 수석대표 회동의 바탕에 깔려있다는 분석이 많다.

3자회동이 끝난 뒤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차기 6자회담에서 달성할 목표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전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먼저 3국은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상대로 확실한 선행조치를 전제하기로 했다.

다시 말해 핵실험 이전에 도출해낸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북한측에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야만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9.19 공동성명 이행의 첫단추를 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이는 핵실험을 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천 본부장은 이를 두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조치를 달성해야 할 것인가, 또 그것을 위해 어떤 접근을 해야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소개했다.

북한측의 선행조치에 상응하는 ’당근’도 충분히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요구할 수 있는 선행 조치와 관련, 영변 5㎿ 원자로 등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 중 일부의 동결 또는 폐기, 핵무기 및 관련 시설 보유 현황 신고 등을 가능한 카드로 거론하고 있다.

북한이 어느 단계에서 선행조치를 취할 지 예측할 수 없지만 관련국은 북한의 조치에 상응해 중유 제공이나 체제 안전 보장 등 다양한 ’보상’을 해줄 수 있다는 전망이 줄곧 있어왔다.

회담을 열기 전에 선행조치나 이에 상응하는 보상 등을 마련하자면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는데 3국의 의견이 일치한 것으로 보인다.

3국 수석대표들이 차기 6자회담 개최일자에 대해 ‘12월15일 이전’으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은 의장국인 중국에 맡기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하노이로 오기전 들른 독일 미군기지에서 “우리가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아야 하고 6자회담 테이블로 갔을 때 성공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알맞은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6자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더 많은 방문들이 왔다갔다 하며 이뤄질 것”이라는 말에 뒤이어 나온 것으로, 그만큼 차기 6자회담에서 ‘구체적 결과물’을 얻으려는 미국의 의지가 강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은 뒤이어 진행될 APEC 회원국 외교장관 회담과 APEC 정상회의 등 단계적으로 고위급으로 격상되는 회의에서 대외적으로 선언하게될 북핵 사태 해결 원칙의 토대를 마련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또 라이스 장관의 말대로 미국을 중심으로 미중, 미일, 미러, 그리고 한미 등 다양한 양자접촉을 통해 6자회담에 임하는 관련국들의 입장이 충분히 개진되고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아무래도 관심의 초점은 미국과 중국 정상간 회담이 될 듯하다”면서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부시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간 회담에서 6자회담의 내용성을 1차로 점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하노이 3자회동의 결과는 이어 진행될 관련국 사이의 고위급 협의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6자회담이 어떤 조건에서 재개되고 어떤 의제가 설정될 것인가는 하노이 회동이 끝난 뒤 시도될 관련국간 외교협의를 통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하노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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