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를 만나 미국과의 양자회담 진전에 따라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 6자회담 관련국들은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했다.
김정일이 6자회담 복귀에 ‘양자회담 진전’을 전제조건으로 밝힌 것은 미국에 대한 압박용으로 해석된다. 양자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메시지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미북 양자대화를 우선 강조한 것과 달리 6자회담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정일의 6자회담 조건부 복귀 용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보도자료를 통해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촉구한다”면서 “6자회담이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 진행 의사를 직접 밝힌 것은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며 “그러나 북미회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기존 입장과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닌 만큼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정부로서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북핵 대응에 있어 한미 등 관련국과 공조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자세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의를 중국으로부터 제대로 들어 보고, (6자회담 재개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연대를 긴밀하게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히라노 장관은 오는 1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인 한·중·일 정상회의 등의 기회를 통해 중국측으로부터 설명을 듣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그동안 ‘6자회담 불참’ 입장에서 ‘조건부 6자회담 용의’로 북한 태도를 변화시킨 중국은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 총리는 6일 오전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에 앞서 김정일에게 감사 전문을 보내 “방문에서 이룩한 성과에 대하여 만족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원 총리는 전문에서 “우리들은 중조(중국-북한) 관계와 공동의 관심사로 되는 국제 및 지역 문제에 대하여 솔직하고 깊이있는 의사소통을 진행하여 광범한 공동인식을 이룩하였다”며 “이번 방문은 쌍방 사이의 호상(상호) 이해와 신뢰를 더욱 두터이 하였으며 두 나라의 각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조를 추동하였다”고 평가했다.
원 총리 방북을 수행한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홍콩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북핵문제가 제기된 이후 줄곧 대화를 권고하고 촉진해왔다”면서 “과거 4자회담은 물론 6자회담에서도 북한과 미국이 건설적인 대화를 하도록 교량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