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北, ARF서 외교 각축전…‘북핵·금강산·독도’ 해법 찾기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22~24일 개최되는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만날 것으로 보여 향후 북핵문제 및 미·북관계 정상화 진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라이스 장관이 22∼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ARF에 참석한다”며 “ARF를 계기로 비공식 6자 장관급 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데 회담 참가국에 북한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북한의 외무장관이 만나는 것은 부시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6자회담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룰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맥 대변인이 미·북 양자 외무장관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동안 미·북이 비공식 형태의 회담을 가져왔던 만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3단계 이행 및 관계개선에 대해 논의할 양자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다자안보협의체인 ARF는 그동안 미·북 외교장관회담의 무대가 돼왔다.

2000년에는 클린턴 행정부의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국무장관이 태국의 방콕에서 개최된 ARF에서 남북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백남순 외무상(사망)과 회담을 가져 주목을 받았다.

당시의 미·북 외무장관 회담은 조명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차수)의 워싱턴DC 방문과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 방문으로 이어졌다.

부시 행정부 1기에는 콜린 파월(Powell) 당시 국무장관이 부시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미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을 때 2002년 강경파의 반발을 피해 만났고, 고농축우라늄프로그램(HEU) 문제가 불거져 미북관계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을 때도 백 외무상과 2004년 ARF에서 ‘우연히’ 만나는 형태로 회동했다.

이처럼 미북 외무장관의 회동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핵문제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라이스 장관은 6자회담을 앞으로 동북아안보체제의 틀로 전환하는데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북 간에 양자회동이 이뤄진다면 검증체계 구축을 비롯한 현안은 물론 좀 더 큰 틀의 다양한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외교가에서는 라이스 장관과 박의춘 외무상이 각각 수뇌부의 ‘메신저’역할을 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라이스 장관이 북핵문제의 조기 해결을 위한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서한 등을 박 외무상을 통해 김정일에게 전달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박 외무상도 김정일 위원장의 뜻이라며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초청할 수도 있다.

한편, 이번 ARF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한미 양자회동 등을 통해 핵심 현안인 독도·금강산 문제에 대한 국제쟁점화를 통해 일본과 북한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3일 북핵 6자 외교장관회담 전후,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양자회동을 가질 것으로 보여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한 남북 간 직접적인 소통 가능성을 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금강산 사건과 관련해 열흘 가까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북측이 입을 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 장관이 이번 남북 양자회동을 계기로 북측의 협조를 이끌어 낸다면 금강산 사건 해결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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