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中 고위인사 잇달아 북핵논의

북미·미중 선명한 입장차…회담재개 관련 가시적 효과 불투명

이번 주중 한국과 미국, 중국의 고위 외교당국자들이 중국과 한국에서 잇달아 회동을 갖고 교착상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의 재개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유명환(柳明桓) 외교통상부 제1차관은 22~2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제1회 한중 외교차관회의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양국간 공통 관심사를 협의하면서 북핵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어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24~25일 베이징을 방문,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 부부장과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유 차관과 힐 차관보간 양자회동이나 유 차관, 우 부부장, 힐 차관보간 3자 회동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중국 방문 후 25~26일 한국에 머물며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과 만날 계획이다.

이 처럼 이번 주중 회담 주요 관계국인 한·미·중 3국 고위인사들간에 활발한 왕래가 있지만 북핵 해법 모색에 가시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매우 불투명하다는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북한이 조건없이 회담에 복귀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태도에서 한 치도 물러섬이 없고 북한 또한 미국이 금융제재를 풀어야 회담에 복귀한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마카오 소재 은행 방코 델타 아시아(BDA)를 통한 금융제재에 이어 최근 탈북자 6명을 처음으로 받아들이며 북한 인권 문제를 부각시키는 등 전방위 대북 압박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달 15일 리비아와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선(先) 핵포기시 받을 혜택이 크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던졌지만 북한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까지 보이는 등 미국의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사실상 분명히 했다.

그 뿐 아니라 북한의 회담 복귀를 이끌어 내는 해법과 관련, 미.중 양국이 미묘한 시각 차이를 노출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연쇄 회동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게 하는 요인이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북한에 좀 더 영향력을 행사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은 “당사국들이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로 미국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간접 피력한 바 있다.

최상층부에서 이견을 드러낸 만큼 실무 협상자인 힐 차관보와 우 부부장이 이달 19일 아세안지역포럼(ARF)을 계기로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보도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인 만큼 유 차관과 천 본부장이 각각 우 부부장과 힐 차관보를 만났을때 내 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회담 관계자들간 잇단 회동을 통해 참가국들이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정도의 효과는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도를 높여감에 따라 미국내 대북 협상파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힐 차관보의 한국 및 중국 연쇄 방문은 미국도 6자회담 카드를 버리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 같은 메시지를 북한에 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