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9일 오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한일관계의 새로운 발전 방향 등 양국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은 특히 북핵 문제와 관련 이 대통령이 제안한 ‘그랜드 바겐’ 구상에 대해 공감하고, 일본의 납치 문제도 북핵 문제 해결의 포괄적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한일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를 위해 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과거의 협상 패턴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이고 포괄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이를 위한 일괄타결(Grand Bargain) 방안에 대해 여타 6자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저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주장하고 계시는 그랜드 바겐 방안이 아주 정확하고 올바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지 의사를 밝힌 뒤 “북한의 핵 및 탄도 미사일 개발에 대해 일괄적, 포괄적으로 문제를 파악해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이 나타나지 않는 한 경제협력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헀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에는 납치문제가 있는데, 이 납치문제는 한국에도 역시 같은 종류의 인권문제가 있다”며 “(이 대통령은) 포괄적 해결 패키지 속에 납치 문제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는 말씀도 해 정말 고마웠다”고 사의를 표했다.
‘그랜드 바겐’ 구상은 북한의 핵 포기와 동시에 체제보장, 국제지원이 동시에 이뤄진다는 일괄타결 방안으로 여기에 납치 문제가 포함된다는 것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처음으로 언급됐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전망에 대해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국제사회에 형성되어 있다”며 “북한이 북미회담을 통해서 6자회담에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우리가 제안한 문제에 대해 깊이 검토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이라고 북한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본인은 하토야마 총리께서 과거를 직시하는 가운데 진정성과 열린 마음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높게 평가했으며, 우리 두 정상은 앞으로 가깝고도 가까운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은 이날 오후 베이징으로 출국해 10일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한중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원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방북 결과를 한일 정상에게 설명할 것으로 보이며, 3국간 입장이 최종 조율되면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기념해 채택될 예정인 공동문서에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