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新외교…’北 민주화’ 최우선 전략으로 놓자

21세기 한국에게 일본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일본이라는 나라만큼 한국인들의 자의식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나라는 없다.

여론 조사에도 그렇게 나온다. 2006년 8월 광복절 62주년을 맞아 한국일보와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각각 자국민 1,000명과 1,8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6 한일 국민의식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들은 주변 5개국 중에서 일본을 제일 싫어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북한을 포함한 주변 5개국 중 한국인의 호감도는 중국(56.4%)이 제일 높고 다음은 미국(51.1%), 러시아(47.1%), 북한(30.9%), 일본(17.1%) 순이었다. 북한보다 일본을 더 싫어한다는 결과가 나온다. 21세기 현대사회에도 여전히 굶어 죽고 김일성, 김정일 외에는 인간 취급도 제대로 못받는 북한보다도 싫은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이러니, 일본이라는 소재는 정치인들에게는 포퓰리즘의 딱 좋은 소재이다. 이승만부터 노무현에 이르기까지 서로 독재니 안보니 하면서 싸웠던 정치세력들도 반일감정을 이용하는 면에 있어서는 하등의 차이도 없다. 한국의 좌우는 여전히 일제시대에 살고 있는 듯이 “반일” 구호 앞에서는 항상 대동단결한다. 신문들도 똑같다. 조, 중, 동이나 한겨레, 오마이뉴스도 일본에서 독도 발언이나 역사 왜곡 사건이 나오면 일본을 성토하기에 여념이 없다.

국가에는 외교 전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역대 모든 정권은 일본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그 전략이 통하지 않는다. 일본에서 문제 있는 발언만 나오면 반일, 항일, 극일 정책이 전면에 나선다. 우리는 여전히 일본의 ‘강점’ 하에 있는 것이다.

이런 반일 현상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한국 사회 엘리트들은 한국인들의 거의 맹목적인 반일 DNA를 그냥 보고만 있을 것인가? 우리의 대일 외교전략은 어떤 기준에서 수립되어야 하며 그 목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대일 외교전략은 북한 민주화를 최상위 목표로

필자는 한국의 대일 외교 전략은 “북한 민주화”라는 상위 목표의 하위 전략으로 자리 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외교 전략에는 최상위 목표가 있게 마련이다. 가령 현재 미국은 반테러 전쟁이라는 최상위 목표를 중심에 두고 외교 전략을 짠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이 향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임을 예상하면서도 반테러라는 목표 하에 중국과 과감히 손을 잡는다. 중국과 협력하여 6자 회담이라는 틀을 만들고 중국에 상당한 재량권을 부여하기도 한다.

한국의 최상위 외교 목표는 무엇인가? 그것은 궁극적으로는 남북 통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장기 목표이고 당면해서 최대의 목표는 북한의 정상국가화, 즉 북한 인권 개선과 민주화이다.

물론 여기에 이의를 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가령 혹자는 남북이 힘을 합쳐 즉 ‘우리민족끼리’ 단결하여 일본의 제2 군국주의화를 막는 것이 더 큰 상위 목표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김정일도 우리민족끼리 단합하여 미, 일 제국주의를 몰아내자고 선동한다.

물론 일본 안에 군국주의적 경향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은 이미 민주주의가 정착된 사회다. 일본 사회는 다수 일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으나, 오히려 일본인들의 다수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바깥 세상에 무관심하다. 고립주의적 정서가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국제사회가 일본의 개입을 필요로 하는 문제에 있어서까지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일본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마치 개입이나 침략 같은 단어는 일본인들의 사전에는 없는 것처럼 말이다.

동북아 평화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북한

동북아 평화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일본이 아니라 북한이다. 이 시대의 한국인들은 이 사실을 명확히 직시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외교 전략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의도했든 안했든 간에 남북이 협력하여 반일 행동에 나서는 것은 북한의 대남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다. 북한의 기본 대남 외교전략은 대한민국을 주변국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한미 동맹을 끊고 일본과의 협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위안부 문제 등이 나올 때 한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일본을 공격하려고 한다.

물론 위안부 문제, 독도, 야스쿠니 신사, 역사왜곡 문제 등은 덮어두고 갈 문제는 아니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한 국가 입장에서는 국가의 전략적 목표 아래 정책의 우선 순위가 분명히 매겨져야 한다. 때문에 이런 문제들은 민간단체가 제기할 수는 있어도 정부 입장에서는 신중하고 조용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신 북한을 민주화 시키고 정상화시키는 문제는 한-일 외교 관계의 최우선 전략으로 설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북한 민주화를 목표로 하는 한-일 신동맹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한국 NGO들의 민간 외교도 아주 중요하다. 일본의 북한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납북자 문제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북한인권 관련 NGO들은 일본 사회가 납북자 문제를 넘어 북한 인권과 민주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이를 위해 한국의 NGO들을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북한 민주화를 위한 한일 동맹은 한일 간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 있는 선진국이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북한 민주화를 위한 새로운 동맹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을 넘어 아시아 전체를 향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도 있다. 유럽에서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하여 유럽통합을 추진하였듯이 아시아의 최고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하여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에 기반한 아시아 공동체를 추진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공동의 미래 의제를 설정하여 민주적인 북한, 새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한-일 간의 질시와 반목도 이 과정에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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