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정상회담, 비핵화 넘어선 합의까지 나올까?

27일 베이징 한중(韓中) 정상회담에서 어떤 대북 메시지가 나올지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 11일 ‘남북 당국회담’이 결렬된 이후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대화 재개 여부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개연성이 높다.


북한은 한국에 이어 미국에 대화 제의를 했지만 양국이 호응하지 않자 곧바로 핵 책임자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중국에 급파, “6자회담을 포함한 어떤 형태의 대화도 환영한다”며 대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말’이 아닌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북한의 선(先) 조치 없는 ‘6자회담’을 비롯한 양자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은 북한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메시지가 합의문에 담기느냐에 따라 북한의 향후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사한 대로 회담 결과가 김정은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가 더 나은 노선을 걷도록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24일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입장 변화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방한한 탕자쉬안(唐家璇) 전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은 대(對)한반도 정책의 3가지 요소 중에서 ‘비핵화’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대북정책 3대 원칙이었던 ▲한반도 안정·평화 ▲한반도 비핵화 ▲대화에 의한 해결 등의 순서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상설기구인 전문가단 증원과 전문가단의 북한 추가제재 명단 보고서가 공개됐던 것도 중국의 북한 압박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두 가지 모두 중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외교가의 정설이다.


더불어 다음 달 개최 예정인 중국 공산당 ‘외사영도소조’에서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인 ‘3불(不) 1무(無)’ 원칙 가운데 ‘불통(不統)’, 즉 ‘남측에 의한 일방적인 남북통일 저지’ 입장을 폐기하고 ‘한반도 평화적 통일 지지’ 원칙을 채택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의 대북정책 입장 변화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수준에서의 합의를 넘어 그 이상의 합의문이 나올 경우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이 대화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될 수도 있다는 것.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데일리NK에 “비핵화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을 같이 한다는 메시지는 나올 것”이라면서 “한반도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것이 나오면 북한에는 해석 여하에 따라 강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한반도 평화통일 지지는 북한 정권의 생존을 중국이 수호(守護)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박 대통령이 중국 서열 1~3위와의 면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북한은 상당히 껄끄러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대해 중국에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중국은 비핵화에 대해 같은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도 대화에 적극적이니 한국도 좀 더 노력해달라는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은 방중 기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정상회담뿐 아니라 서열 2, 3위인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등 중국 실권자를 만날 계획이다. 이는 북한 김정은이 중국 방문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 것으로 한중, 북중 관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