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DJ `방북 자격’ 미묘한 시각차

“전직 대통령 자격인데 전적으로 개인 자격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청와대 고위 관계자)

“정부 대표나 특사가 아닌 전적으로 개인자격 방문이다”(DJ 최경환 비서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6월 방북 자격을 놓고 청와대와 동교동간에 미묘한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수행해 아제르바이잔을 방문중인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11일 “(김 전 대통령이) 현 정부의 생각이나 정책과 동떨어진 입지에서 방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정부 특사 자격이냐, 개인자격 방문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 과정에서 나온 말이긴 하지만, 방북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이 그동안 누차에 걸쳐 순수한 개인자격의 방문임을 강조해 왔던 것에 비쳐 볼때 모종의 메시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법한 대목이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9일 ‘몽골 발언’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나면 북한도 융통성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싶어 상당히 기대를 갖고 있다”며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 한다”는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의 ‘개인 자격 방문’이라는 기본적 성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방북 자격을 놓고 동교동과 시각차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전적으로 개인자격 방문이 아니다’는 취지에 대해 “6.15 공동 성명의 당사자로서 현재 여러 남북간 상황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인 만큼 정부로서 최대한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고 부연했다.

개인자격 방문임을 인정하면서도 굳이 특사 성격 여부에 대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지는 않는 것이 청와대의 기류인 셈이다.

한 고위당국자는 “특사이다, 아니다라고 형식을 규정하기에는 빠른 것 같다”고 말했고, 서주석(徐柱錫) 청와대 안보수석도 지난 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통령을 통한 노 대통령 대북 메시지 전달 가능성에 대해 “아직은 시간이 좀 남아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의 최경환 비서관은 청와대 당국자의 언급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족문제 해결과 세계 평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고 계신다”며 “이번 방북도 이런 차원에서 정부 대표나 특사가 이닌 개인자격의 방북임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며 ‘특사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초 MBC와의 신념대담에서 “내가 어떤 자격으로 가길 바라냐는 것에 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은 아직 못들어 봤다”며 “개인적 생각으로는 정부의 어떤 특사라고 하면 거기서 부여된 한정된 문제를 갖고 논의해야 하는데 난 그것 보다는 그냥 개인적으로 방문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비서관은 기자에게 이 구절을 읽어 줬다.

지난 2000년 방북 당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한 경험이 있는 김 전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의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스타일로 볼때 편안한 상황에서 ‘프리핸드’(자유 재량)를 갖고 대화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정부 관계자들 가운데는 김 전 대통령의 방북 자격에 대한 청와대측의 ‘모호한’ 입장에 대해 노골적인 불쾌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많다.

DJ 정부 시절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張誠珉) 전 의원은 “현 정부가 DJ에게 특사인 듯한 분위기를 풍겨서 선거를 앞두고 호남표를 결집하려 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이 특사를 거부하는 이유중 하나도 자신의 방북이 국내정치에 활용당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4월 방북 계획을 6월로 연기한 것도 ‘지방선거용’이라는 야당의 비판을 수용한것인데 ‘특사’ 꼬리표를 달게 될 경우 자신의 방북이 또 다시 정치쟁점으로 비화 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김 전 대통령의 격에도 맞지 않고, 퇴임후 일체의 정치 행보를 중단하고 초당적 민족 지도자로서 남북 관계 개선에 마지막 희생을 하는 분에게 특사 운운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동교동측의 이 같은 불쾌감 내면에는 현 정부가 국민의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을 계승한다고 하면서도, 대북송금특검으로 박지원(朴智元) 전 비서실장을 구속하고, 이어 안기부 불법도청 사건과 관련, 임동원(林東源) 전 국정원장을 구속한데 대한 감정적 앙금이 남아 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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