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로 예정됐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시기를 금주 말로 전격 연기한 데는 이명박 대통령의 깊은 고심이 배어있다는 분석이다.
지금 당장 PSI 전면참여를 발표할 수도 있지만 합리적 명분 조성과 남북간 현안, 발표 효과의 극대화 등을 고려해 시기를 조절했고,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결심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청와대와 외교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실제 이 대통령은 15일 오전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시기를 놓고 강온 기류가 교차하자 `전략적 시기조절’ 필요성을 주문하며 온건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어제 회의에서 PSI 전면참여 방침에는 전혀 변함이 없었다”면서 “다만 발표를 예정대로 하자는 (외교부의) 주장과 시기를 좀 늦추자는 (통일부의) 의견이 맞서자 이 대통령이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시기는 좀 조절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상황을 정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사실상 통일부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시기조절을 주문하고 나선 데에는 PSI 전면참여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직접적인 보복조치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 상황이 그런 식으로 흘러가는데 대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발표시기를 둘러싼 정부 당국자들간의 조율되지 않은 `섣부른 발언’이 화를 자초한 측면이 크지만 로켓 발사에 대한 직접대응 차원에서 PSI 전면참여가 이뤄지는 것으로 기정사실화될 경우 안 그래도 경색된 남북관계가 회복불능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정부의 솔직한 고민이다.
북한은 앞서 우리 정부의 PSI 전면참여를 `선전포고’로 간주, 단호한 대응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등 남북간 현안을 고려해 시기를 조절했다는 분석도 있다.
키리졸브 한미합동군사훈련(3.9~20) 기간 군(軍) 통신선을 끊고 개성공단의 육로통행을 차단했던 북한이 PSI 전면참여에 대한 대응책으로 얼마든지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더 나아가 국지적인 군사적 도발까지 강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 한 참모는 “처음부터 PSI 전면참여가 대북 보복조치, 남북대결 조치로 비치지 않도록 타이밍을 가장 많이 신경썼는데 여전히 그런 시각이 많은 상황에 대해 솔직히 고민이 있었다”면서 “아울러 여러가지 남북상황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