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PSI가입시기 놓고 고심 거듭

청와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시기를 놓고 22일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가입하자니 북한의 반발이, 유보하자니 그동안 천명해온 원칙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한 복잡한 사안이다.

정부 부처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외교부는 조기 가입을, 통일부는 신중론을 제기하는 등 정면으로 부딪쳐 있는 상황이다. 전날 남북 당국자 간 `개성 접촉’ 이후 청와대에서 열린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PSI 가입 시기를 놓고 논란을 빚다 최종 결정을 뒤로 넘겼다는 후문이다.

외교부 측은 “북한과 본격적인 접촉이 이뤄지면 PSI 가입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논리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대화 국면에 들어서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PSI 가입 천명에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 측은 “북한과의 대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신중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입장이 맞서기는 마찬가지다. 총괄역할을 맡은 외교안보수석실 내에서도 상반된 견해가 나오는 등 대립이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을 정리해야 할 이명박 대통령의 심중도 복잡하게 얽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PSI에 가입한다는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열린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도 “원칙을 확고하게 지키되, 상황에 대처할 때는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상당히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으나 전략적 접근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그동안 PSI 가입시기를 세 차례 연기한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북 정책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를 보인 것 자체가 `대북 저자세’가 아니냐는 지적이 없지 않다. “PSI 가입을 놓고 혼선을 보인 것이 사실”이라는 내부 자성론도 나온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조만간 PSI를 매듭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만간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면서 `이번 주내에 발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틀렸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더 이상 끌고 갈 경우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데다 대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는 등의 후유증을 감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오는 6월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우리의 PSI 참여방침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환영 논평까지 내놨다. 대북 혼선은 미국 정부에 `파트너로서의 신뢰성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남은 것은 이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그 시기가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