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외교안보라인 문책 기류 ‘급선회’

미국 지명위원회(BGN)의 독도 표기 변경으로 촉발된 ‘외교안보라인 문책론’에 대한 청와대 기류가 급격히 바뀌는 분위기다.

당초 이태식 주미대사는 물론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안보라인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편이 불가피한 것으로 관측됐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인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잦아들고 있는 것.

이는 ‘선(先) 진상규명, 후(後) 문책’이라는 당초 방침에서 한 발짝 더 물러선 것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벌써부터 “안일한 상황인식”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오후 휴가에서 복귀, 종로구 국립서울농학교에서 서울시교육감 선거 투표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독도표기 사태로 대두되는 인책론과 관련, “그때그때 잘못할 때마다 인책하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더 급한 게 있다”면서 “일희일비해서 조금 잘못하면 너무 자책하고 우리끼리 이렇게 하면 오히려 상대방이 웃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실상 외교안보라인 문책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것으로 해석돼 이에 대한 정치권 반응과 여론추이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문책을 둘러싸고 자칫 자중지란에 빠질 경우 일본의 전략에 말려드는 꼴이 될뿐더러 사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 상황만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책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독도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장기적 전략을 갖고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인책론도 마찬가지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상황에 대한 경위파악이 이뤄지고 있는 데 불문곡직하고 무조건 책임지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하고, 독도 표기변경 문제와 관련해서도 “처음에 알고 있던 내용과 새롭게 파악된 내용과 차이가 있다. 직무해태 문제도 처음과는 차이가 있다”고 말해 주미대사관 문책에 대해서도 기존의 강경한 입장과는 다른 뉘앙스를 풍겼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한 주미대사관 책임론과 관련,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좀 더 진상을 파악하고 2∼3일 정도 뒤에 처리 방침을 정할 것 같다. 더 조사를 해봐야한다”면서 유보적 태도를 밝혔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휴가기간 유 장관에 대해서는 유임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며 경질이 기정사실화되는 듯 했던 이태식 대사도 자리를 지킬 것이라는 다소 이른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라인을 겨냥한 인적쇄신 주장이 거센 가운데 이 대통령이 연말께 개각을 단행하면서 경제와 외교라인을 우선 개편할 것이라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문책이 다음달 5, 6일로 예정된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져 있던 만큼 청와대가 정치권 반응과 여론동향을 체크하기 위한 ‘애드벌룬’ 차원에서 이날 기류 변화 입장을 조심스럽게 흘린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청와대 내부에서도 ‘쇠고기 파문’을 비롯해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늑장보고, 아세안지역포럼(ARF) 의장성명 사태 등에 이르기까지 외교안보라인의 잇단 실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아무런 조치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와 관련, 여권 관계자는 “정치권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한데 외교안보라인을 손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청와대가 여론동향을 지켜보면서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핵심 참모는 “인사권을 가진 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면서 “그동안 이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스타일은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외교안보라인 ‘대수술’은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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