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도 당원의 한 사람”

청와대는 30일 열린우리당의 신당 논의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 상황을 관망하는 자세를 보였다.

창당 주역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전날 “신당 창당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한 것을 계기로 여당내 통합신당 논의가 급류를 탈 조짐인데도 청와대 내에선 이렇다 할 대응 움직임이 감지되고 않고 있다.

그 이유로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통합신당론이 어떤 형태로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저희가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당장 여당 내에서 통합신당론과 재창당론, 논의 유보론 등 신당논의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당에서 논의하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논의에 대한 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 대통령이 관망자로서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도 한 사람의 당원이라는 점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다른 참모는 “당의 운명과 관련돼 있는 만큼 대통령에게 말씀할 권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이 ‘수석당원’의 위치에서 당의 진로 문제에 대해 의중을 밝힌 것은 지난달 28일 MBC 100분 토론에서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승리, 패배에만 매몰돼 당을 만들고 깨고 하는 것은 안했으면 좋겠다”며 “어떻게 모이든 간에 최소한 정치적 합의 내지 타협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당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당의 방향은 특정지역 고립과 지역간 반목을 통해 목표를 이루려는 ‘선거용 정당’이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였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의중은 여당의 재보선 패배 다음날인 지난 26일 윤 대변인이 신당논의에 대해 “대통령은 지역적인 분할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데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한 데서 확인된바 있다.

이런 기류를 종합해보면 노 대통령은 신당논의의 고비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정계개편에는 굳이 반대하지 않지만 지역구도 회귀만은 안된다’는 신념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최근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한 여당 고위 인사들과 잇따라 비공개 접촉을 갖고 시대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헤쳐모여’식 통합에 반대한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2일 천정배 의원과의 회동에서 천 의원이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통합신당’을 얘기하자 노 대통령은 “결국 지역주의를 강화하는 민주당과 통합하자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한다.

향후 대선이나 총선 때 특정지역의 ‘표쏠림’을 계산에 깐 전략을 단호히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과의 통합은 지역주의의 ‘편한 길’을 마다했던 노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감안할 때 결코 수용할 수 없는 구상으로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향후 신당논의가 결국 지역구도 환원의 성격을 띨 경우, 노 대통령이 정치인생에 있어 또 한번의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록 설(說) 수준이지만 청와대가 ‘꼬마 민주당’에 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여권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의 의중에 정통한 한 여권 관계자는 “통합신당론자들은 지역구도를 현실이라고 하지만, 과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자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구도 극복을 위한 결단 없이 당장의 현실 때문에 당을 깬다면 국민 앞에 명분도 없고 대선승리도 기대할 수 없다는 노 대통령의 생각을 반영한 언급으로 들린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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