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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 씨의 북측 인사 ‘비밀접촉’ 사실이 밝혀진 가운데, 안씨의 북측 접촉 사실을 사전에 보고 받고도 대북 주무부처인 국정원과 통일부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호철 상황실장으로부터 북측의 접촉 요청 사실을 보고 받고 노 대통령에게만 보고했다.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역시 안 씨의 비밀접촉 사실을 알고도 주무부처에 통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시기적으로 북한 핵실험을 전후한 때이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문제로 안보라인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외교안보라인의 교체시기였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핵실험과 같은 위기국면에서 대북접촉이라는 중대사안을 정부 공식라인에 통보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외교안보라인 교체 시기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주무부처인 국정원과 통일부 등에 알리지 않은 것은 청와대측이 스스로 측근정치를 일삼았다는 자백과 같다는 것이다.
당시 외교안보라인이 교체된 시점은 10월 말이다. 안씨가 처음 제보를 받았던 시점이 5월, N기자 등이 북측을 처음 접촉했던 때가 9월이다.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검토하기 이전에 청와대 측은 이미 비선조직의 움직임을 감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청와대 해명이 의혹만 키우는 꼴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대북접촉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 특사파견과 비밀접촉을 한사코 부인해왔다. 또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대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 5억 달러의 현금 지원 사실에 대해서도 특검까지 실시하는 등 대북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해와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의 도덕성 시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당시 북한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 위기가 고조되면서 참여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자 이를 돌파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세 국면을 단번에 역전시킬 수 있는 극적인 카드가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안씨가 북측을 접촉했을 때 북측은 쌀과 비료 등 경제적 지원과 관련된 일방적인 요구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북측 인사를 접촉한 N기자 등에 의해 ‘남북정상회담과 비핵화선언’ 등이 다뤄질 것이라고 전달 받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씨와 청와대의 기대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있었던 것. 청와대와 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북한에 농락당했다는 비난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밀행적 대북 접촉은 용납돼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된 청와대 측의 전횡에 대해 국정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고, 범여권 조차도 “대북 접촉에 비선을 가동하고 이를 방조하거나 지시한 행위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통일부 만이 안희정씨의 대북비밀 접촉을 비호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정 장관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며 큰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