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남북정상회담 “익지않은 사과”

“전체 5장(章)으로 구성된 시나리오라면 지금은 1~2장쯤 진행된 것인데 언론은 벌써 4장까지 가 있는 것 같다”

최근 남북간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설과 관련한 언론보도가 잇따르고 있는데 대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의 관전평이다. 언론이 앞서 가고 있다는 주장이지만 다르게 해석하면 `진행형’임을 시인한 셈이다.

홍보라인 핵심관계자가 “우리로서는 아는 바 없다”면서 “팩트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청와대 반응은 극도의 신중함이다. 정국을 뒤흔들 `메가톤급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50%를 넘나드는 등 현 정부 취임 이후 가장 `좋은 분위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자칫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 주재로 23일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참모들은 섣부른 대응은 오히려 불필요한 해석과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아는 바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정리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남북이 서서히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다는 게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감지되는 기류다.

한 참모는 “남북간 교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대통령도 취임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22일 “(우리가) 주동적으로 취한 북남관계 개선조치들 때문에 북남 사이에 여러 갈래의 대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남북정상회담의 분위기나 여건은 아직 충분히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또다른 참모는 “우리 입장에서 `그랜드 바겐’이라는 일괄타결 원칙을 제안한 만큼 핵포기 등 북측의 근본적 변화가 없는 한 정상회담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청와대는 정상회담과 관련한 남북간 `물밑조율’이 언론이 잇따라 노출되고 있는데 대해 내심 당혹해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현상유지’를 원하는 세력의 의도적인 `흘리기’가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익지도 않은 사과를 따서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사태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