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후계논의로 통제력 약화 원치 않아”

국내외 언론들을 중심으로 ‘김정운 후계자 지명설’이 확산되고 있지만 정부는 구체적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관하면서 ‘정운 후계설’의 진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김정일이 김정운을 후계자로 낙점하고, 이러한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했다”는 연합뉴스의 보도 이후, 한달 뒤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서는 “북한군 중추기관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 1월 초 김정운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내부 통달을 내렸다”고 전하는 등 ‘김정운 후계자설’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 관련 NGO인 ‘북한민주화네트워크’와 ‘열린북한방송’ 등도 자체 발간하는 소식지를 통해 “북한에서 김정운이 후계자로 확정됐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북한 내부 동향을 전하고 있다.

이같이 ‘김정운 후계자설’에 대한 각종 소문과 관심이 확산되고 있지만,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가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과 북한 내부 동향으로 봤을 때 신빙성이 높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 北 ‘건강 악화’와 ‘후계논의’ 연계 경계=‘신중론’을 펴는 쪽에서는 건강이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자신의 권력 누수를 내비칠 수 있는 후계자 지명을 서둘러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의 건강이 많이 회복된 상황에서 서둘러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해 후계체제 구축을 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또한 “후계자로 지명했다면 직무를 주고 충분히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후계 수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을 조성해 놨을 것”이라며 “또한 (조직지도부를 통해 일방적 교시를 내렸다는 연합뉴스의 보도는) 당 정치국, 국방위원회, 가까운 친인척, 혁명원로 등과도 내부적으로 토론하고 교감하는 과정이 거쳐야 할 텐데 순서나 절차 상으로 볼 때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김정일은 건강 문제로 인해 자신이 실질적으로 북한을 잘 통제할 수 없다고 비춰지는 것은 경계 하고있다”며 “후계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논의될 수 있고, 실제로 준비도 할 수 있겠지만 자신의 건강문제 때문으로 보이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김정일은 자신의 권력 약화가 내부의 동요나 외부 개입을 일으킬 수 있는 등 내외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외부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나오는 등 대내외적으로 자신의 강력한 통제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후계 문제는 쉽게 결판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지금 상황에서는 후계 문제를 공론화하기보다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비밀리에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 외에도 김정운, 김정철의 생모인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사업이 일어났을 때의 사례를 들며 이번에도 일부 간부들의 과잉 충성이 빚은 사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철과 정운이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다니기 시작하자 일부 과잉 충성 분자들을 중심으로 후계작업이 시작됐다고 오판을 해 고영희에 대한 우상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다”며 “그러나 곧 (김정일에 의해) 중단됐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도 (정운에게) 혹시 어떤 직책이 주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운에게 직책이 주어졌으니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간부들 사이에서 확대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후계자’ 지명 미룰 수 없어…넥스트 통치시대 준비=김 연구위원은 그러나 “현재 북한의 권력구도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춘이 인민무력부장에 오른 것은 군에 대한 장악이 실현됐다는 의미로써 선군정치 하에서 군 중심의 통치가 당의 영도력 회복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라며 “내각의 간부들도 많이 바뀌는 등 넥스트(Next) 통치시대를 위한 준비와 연계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됐다.

반면, 김정일의 건강 이상으로 인해 북한의 후계자 지명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김정일의 세 아들 중 후계자로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것은 김정운”이라며 “지난 1월 8일 김정운 생일 직전에 결정되었을 수도 있고, 후계자 지명이 사실이 아니다 해도 결국 조만간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은 이미 건강 문제에서 심각한 고비를 경험했기 때문에 후계자 지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라며 “완전히 회복된다고 해도 건강 문제로 인해 후계자를 지명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그러나 김정운이 오는 3월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되는 등 공식 활동이 가시화되기에는 빠른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됐을 때의 전례를 봤을 때는 4~5년 정도 조직지도부에서 당을 장악하는 일을 먼저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편, ‘김정운 후계자설’이 북한 간부층이 아닌 외부에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내 ‘김정운 후계자 지명설’이 퍼지기 시작한 것이 지난 1월 중순으로 남한에서 관련 보도가 나온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 2월 초 ‘데일리엔케이’와의 통화에서 “중앙에서 어떤 지시가 내려오거나 개별적인 간부들이 소문을 퍼뜨린 것이 아니라 남한 라디오를 몰래 들은 사람들이 소문을 퍼뜨린 것 같다”며 “후계자 문제는 사람들이 많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소문이 빨리 퍼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의 구로다 가쓰히로 서울지국장은 이와 관련 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연 3번째 막내가 후계자가 될까”라며 “어딘가 모략적인 정보인 것 같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후계자 문제를 우리가 알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3남이 결정됐다는 정보가 외부에서 나돌게 되면 혹시 북한에서 ‘아니다. 실제로는 누구다’ 이런 식으로 정확한 움직임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그런 반응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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