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생일행사에 회고모임까지 “바쁘다 바뻐∼”

『평안북도 신의주에 거주하고 있는 가정주부 황미순(가명) 씨. 그는 요즘 김정일 생일(2월16일) 준비로 눈코뜰새가 없는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짓고 퇴비장에 어제 모은 퇴비를 갖다 바쳐야 한다. 그리고 돌아와 아침을 먹고 나니 온몸이 나른하다. 그러나 잠시 누울 겨를이 없이 생일 준비 행사에 나가야 한다. 최근 황 씨는 매일 오전 충성의 노래모임에, 화·목요일엔 강연회와 영화문헌 학습에 참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김정일 회고모임’까지 생겨 황 씨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김정일 생일을 맞아 진행하는 행사에 참가하지 않으면 사상무장 비판무대에 서야 한다는 여맹위원장의 ‘엄포’에 오늘도 집을 나선다.』


북한 당국이 김정일 사후 그의 첫 번째 생일(2월16일)을 맞아 충성심 고취 행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내외 선전매체를 동원해 ‘충성의 맹세모임’ 등의 소식을 전하는 동시에 갖가지 생일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매해 북한은 김정일 생일을 맞아 충성의 노래모임을 비롯해 문답식 경연, 영화문헌 학습(기록영화관람), 기념 강연회 등을 개최해왔다. 여기에 올해부터 ‘김정일 회고모임’이 새롭게 추가됐다.


신의주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와 가진 통화에서 “종전에 해오던 행사는 그대로 하면서 새롭게 김정일 회고모임을 기업소·단체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 회고모임’은 김정일을 직접 접견했거나, 김정일로부터 배려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김정일의 은덕, 사랑을 주제로 증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발표자는 울먹이며 김정일을 예찬하고 주민들은 이를 지켜보면서 동조하고 박수를 친다.  


소식통은 “매년 생일 때면 여러 행사로 바빠지는데 올해부터는 여기에 또 하나 새로운 일이 추가돼 불편이 하나 더 늘었다는 불평이 주민들 사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앞서 북한은 김일성 사망 다음해인 1995년부터 3년 동안 김일성 생일을 즈음해 ‘어버이 수령님을 그리는 공로자들 모임’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했다.


김일성 사망 때와 같이 북한 당국이 ‘김정일 회고모임’을 조직하고 있는 것은 김정일 우상화를 통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노동신문은 지난 6일 백두산밀영에서 진행된 전국의 청소년들의 충성의 맹세모임 소식을 전하면서 “선군조선의 승리와 영광의 기치이시며 단결의 중심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결사 옹위하는 성새, 방패가 될 것이라고 맹세 했다”고 전했다.


백두산 답사단에 뽑히는 것은 일종의 ‘행운’으로 간주된다. 김정일 일가(一家)에 대한 우상화 학습과 조직생활 등에 모범적인 학생들과 자신에게 맡겨진 ‘과업’을 성실히 수행하고 충성심이 강한 근로자들이 선발된다.


답사는 보통 보름동안 진행된다. 양강도 혜산에서 리명수리(里)까지 기차로 이동하고 리명수에서부터 삼지연, 무두봉을 거쳐 백두산 밀영과 백두 천지를 돌아본다.


백두산 답사 경험이 있는 한 탈북자는 “학습과 조직생활을 비롯한 모든 생활에서 모범을 보여야 답사단에 뽑힐 수 있다”며 “모든 준비가 개인 부담이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 중에는 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