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군장악·경제개혁 위해 리영호 숙청한듯

북한 리영호가 조선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등 당직에서 전격 해임된 것을 두고 내부 권력투쟁에 따른 숙청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15일 진행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에서 리영호를 ‘신병관계’로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모든 당적 직위에서 해임된 간부가 총참모장직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번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는 상무위원을 비롯해 위원, 후보위원이 모두 참가했고, 회의에서는 ‘조직문제’가 취급됐다. 북한에서 ‘조직문제가 취급됐다’는 것은 고위 간부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숙청 차원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많다.


리영호는 외형적 직함만으로도 당과 군 권력의 실세 중 실세로 평가됐다. 특히 그는 김정은의 후계구축 과정에서 군부내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려왔다. 그는 외형적으로는 북한군 차수 계급에 총 500만에 이르는 정규 비정규군의 군사작전을 실전 지휘하는 ‘총참모장’일 뿐 더러 당내 핵심 부서마다 이름을 올렸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 출범 6개월만에 모든 당직에서 전격 해임됐다는 것은 ‘정치적 숙청’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권력 투쟁에 따른 숙청?=김광인 북한전략센터 소장은 “조명록 전 총정치국장도 신병문제가 있었지만 죽기 전까지 직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신병문제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 소장은 “리영호는 김정일 생전에 후계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의 핵심이었는데 모든 직위에서 해임된 것을 보면 권력암투가 벌어졌을 개연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만약 정치적 숙청이라면 리영호의 해임에는 최고 권력자 김정은의 판단 뿐 아니라 2인자인 장성택·김경희의 권력의지까지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김정은 체제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데 리영호가 걸림돌이 됐을 수 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패로 인해 북한은 대미관계, 대중관계 등 외교정책 자체가 답보상태에 머물게 됐고, 결과적으로 식량문제를 비롯한 경제문제 개선에 출로를 찾지 못해왔다. 


북한의 경제개선 움직임에 비춰볼 때 리영호를 정점으로 하는 군부 강경파들의 반대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희생양’ 가능성도 점쳐진다. 집권 초반 ‘혁명계승’을 모토로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사업이 일단락 되면서 김정은 정권은 내부 경제재건 사업에 주력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과거 ‘자본주의 도입’을 이유로 군부로 부터 공격을 당해 실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던 박봉주 전 총리가 최근 다시 당 경공업부장에 올랐고,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인민경제를 시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장성택-김경희의 지지를 받고 있는 최룡해, 박봉주 등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리영호를 희생시킨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식 경제개혁을 추진하려면 당이 군을 완전히 장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지금 북한에서 군에 대한 당의 절대적인 우위를 보여주는데 리영호 해임만큼 효과적인 것이 있겠냐”고 말했다.


◆김정은의 정치적 희생양?=리영호는 김정은 3대세습을 떠받치는 군부 핵심 인물이다. 김정은은 김일성 출생 100주년을 맞아 대내외에 ‘리더십 미숙’ 우려를 불식시키고 군부 지도력을 과시하기 위해 ‘광명성3호’ 발사를 준비했다.


동창리에서 발사된 로켓은 발사 1, 2분 만에 폭발해 추락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술을 통해 김정일 이상의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려 했던 시도가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점을 드러내주는 사건이 되고 말았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핵실험을 준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은 4월 중순 과거 1·2차 핵실험을 했던 풍계리 인근에 추가 갱도를 굴착한 것으로 확인됐고 이를 되메우기 위해 갱도 입구에 흙을 쌓아놓는 등 관련 징후가 포착됐다. 그러나 북한은 다음달 돌연 외무성 담화를 통해 당분간 핵실험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김정은 정권의 초기 안착을 위해 진행한 군사적 조치의 잇따른 실패 문제와 2.29북미합의 파기에 따른 외교적 책임을 군부 실세 리영호에게 물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군부의 대표적 얼굴을 희생양으로 내세워 김정은의 실수를 만회하고 개혁개방으로 변화를 꾀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건강문제로 해임 가능성= 2009년 김영춘은 총참모장에서 인민무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내에서는 3대세습을 위한 포석으로 봤지만 내부에서는 김영춘의 청각 기능의 약화 때문으로 알려졌다. 총참모장은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전시 대비 군사 전략, 평시 군사훈련 및 무기체계까지 통솔하는 군 최고핵심 직위이기 때문에 창각 장애는 심각한 문제로 간주됐다. 김영춘은 그해 2월 후방사업을 총괄하는 인민무력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북한은 리영호 해임 발표에서 신병문제를 내세웠다. 따라서 그의 건강 문제가 해임의 직접적인 이유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정치국 상무위원 등 당적 지위를 모두 박탈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70세라는 나이를 고려할 때 3대세습 과정에서의 군부의 완충 역할을 마무리하고 물러났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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