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북한인권과 관련한 법률의 제정에 대해 “북한인권법이 제정되면 여러 가지 좋은 점도 있겠지만, 남북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장관은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은 북한인권결의안 때문에 판문점을 경유하는 남북직통전화 통로도 단절했다. (법안이 제정된다면) 특히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증진법안’과 황우여 의원이 대표발의한 ‘북한인권법안’ 등에 대한 법안심사가 이뤄졌다.
김 장관은 이어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인권 문제를 인류보편적 가치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천명했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상황을 개선한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그러나 실효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을지,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봐서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을 발의한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북한인권법을 만들어야만 국가 차원에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지원도 하고, 머리를 맞대고 공동으로 고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황 의원은 “북한의 오해가 있다면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설득하고 완급을 조절해가면서 해 나가면 된다”며 “대한민국 국회가 이번에도 북한인권법 제정에 소극적으로 나선다면 국제적인 흐름에 역류하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해 남경필 의원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고, 홍정욱 의원도 “북한인권 개선에 동참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히는 등 한나라당 의원들은 제정 필요성에 대체적으로 공감의 뜻을 표했다.
반면, 북한인권법을 ‘국민 편가르기 악법’으로 규정하고 제정 저지를 천명한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인권법’의 제정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있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문학진 의원은 “북한인권법은 현재 상황에서 대북 압박의 상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북한이 체제 위협을 의식해서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어 “최근에 민간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가 북측으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법안이 제정되면 북한은 대한민국을 체제를 전복하려는 세력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갈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거듭 지적했다.
문 의원은 또한 “법안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사업과 인도적 지원을 연계 실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정부는 인도적 지원에는 조건 없이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느냐”라며 “만약 법안이 제정된다면 대북인도적 지원이 위축, 지연됨으로 해서 북한 주민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지 않느냐”고 김 장관에게 물었다.
김 장관은 이에 대해 “틀림없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만일 이러한 것(인권 개선)을 북한 측으로부터 협조를 받고자 할 경우, 인도적 지원 차원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북한 측과 협상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되게 되는 북한인권법은 여야 의원들의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인권법은 17대 국회에서도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의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