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한에 ‘수도당원사단’ 조직해 파견… “불이익 받을까…”

당 창건일 前 입주 목표로 피해지역 살림집 건설사업 동원…평양시민에 세부담 지우기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본 함경도에 급파할 최정예 수도당원사단을 조직할 것을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평양 당원들에게 보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도 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직후 평양시에서 수도당원사단들이 조직돼 현재 함경도 태풍피해 지역에 파견되고 있다. 수도당원사단들은 올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전 완공을 목표로 피해지역 주택 건설사업에 동원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전국적으로 큰물(홍수)·태풍 피해복구 전투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 중앙의 지시로 수도당원사단들이 조직돼 피해가 발생한 지방의 지역을 할당받아 파견돼 나가고 있다”며 “피해지역에 군대, 돌격대, 도 안전국에 더해서 수도당원사단까지 들이미는 것은 10월 10일(당 창건일) 전까지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라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내용과 북한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평양시에서는 김 위원장의 서한이 공개된 직후 긴급협의회가 열려 당원사단 조직 방안이 논의됐고, 6일 오전 당원사단들이 꾸려졌다. 자진 참가자와 기관·단체 추천자, 제대군인과 군관들로 구성된 15개 구역별 연대가 나뉘어 사단을 이뤘고, 각 사단 지휘부 직속으로는 2개 기술기동대대도 편성됐다.

특히 소식통은 “각 구역들은 10월 10일 전에 먼저 성과를 내려고 지방 건설과제 수행능력이 떨어지는 나이든 당원들은 될수록 빼고 젊은 당원들로 연대를 조직했다”며 “50대 이상 로(老)당원은 빼고 45세 이하 젊은 당원들을 뽑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수도당원사단들은 피해지역의 기존 단층주택을 들어내고 지대정리를 한 뒤 2~3층짜리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업에 동원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중앙에서는 단층주택뿐 아니라 소층살림집들을 최단기간에 많이 지어서 피해지역 주민들이 자기 집에서 당 창건 기념일을 맞이하게 한다는 사상을 관철하는 데 중심을 두고 수도당원사단들에 살림집 건설 방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특별히 수도 평양의 당원들을 지목한 배경과 관련, “전당·전군·전민이 피해복구 현장에 다 나가 있는 현실에서 동원할 명분이 있는 단체나 조직이 수도 당원들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평양시는 양은 줄어들지언정 배급이나 명절공급이 끊긴 적이 없다는 점에서 당의 호소에 무조건 호응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도 당원들은 지금은 누구나 불만 없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군말 없이 동원에 나섰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는 “수도 평양의 당원들은 당의 부름에 불응할 경우 추방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며 “자진해 가든 추천돼 가든 동원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자진해 나선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평양시 각 구역당에서는 조직된 연대 소속 당원들에게 입쌀과 강냉이(옥수수) 5 대 5 비율로 1개월 치 식량을 준비해 바치도록 하고, 동원에 나가지 않는 나머지 시민들에게는 식자재값으로 1인당 북한 돈 2~5만 원을 내도록 하는 등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번에 조직된 수도당원사단 대상들에게 파견 후 생활과 작업과정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당부를 빼놓지 않고, 사단마다 보건·의료부문의 당원들도 어김없이 포함하도록 했다고 한다.

수도 평양의 방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피해가 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풀어주지 않으면 코로나19 확산보다 더 위험한 당과 대중의 이탈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주민들이 한지에 나앉은 상태에서 열병식, 정치행사, 예술공연, 기념집회, 기념보고대회 등 각종 행사를 성대히 치른들, 눈에 들어오고 피부에 와닿기나 하겠나”라며 “당중앙은 방역에 무리수인 줄 알면서도 체제 결속의 무기인 당과 대중의 일심단결에 저해를 주지 않는 길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피해를 입은 함경남도 태풍피해지역에서 당중앙위원회 정무국 확대회의를 현지 소집했다고 6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일단 현재로서는 서한을 받은 수도 당원들만 피해지역 현지에 내려가고 있으나, 전국 각 도(道)당에서는 김 위원장이 서한을 보냈다는 소식에 자체적으로 당원돌격대나 당원사단을 조직하려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피해지역 주민들이 새집을 배정받아 새집들이 하는 모습과 이전보다 훨씬 더 좋아진 도로 등을 함께 보여주면서 10월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당의 은덕과 배려에 진실로 기뻐하는 인민들을 부각해 인민의 당으로 선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앞서 6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피해지역 현지에서 정무국 확대회의를 소집하고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함경도 태풍피해 지역에 급파할 건설역량 편성문제와 설계, 자재수송 보장문제 등의 구체적인 대책들이 결정됐으며, 김 위원장은 직접 평양시 당원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우수 핵심당원 1만 2000명으로 함경도에 급파할 최정예 수도당원사단들을 조직할 것을 언급했다.

이어 7일 조선중앙통신은 “6일 하루 동안 30여만 명의 당원들이 당중앙의 구상을 실천으로 받들어나갈 열의를 안고 함경남북도 피해복구장으로 탄원했다”며 “당원들의 뒤를 따라 근로자들도 적극 합세해 탄원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