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 등 매체들은 17일 ‘김정일 3주기’를 맞아 주민들이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꽃을 헌화하고 참배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추모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매서운 한파에 김 부자 동상에 참배를 해야 하는 주민들은 애도기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란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기관기업소와 학생들, 여맹일꾼 등 모든 주민들은 어제와 오늘 이틀간 동상에 꽃을 증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지방 당 기관과 특급기업소와 1, 2급 규모의 공장들에서는 꽃바구니(화환)를, 작은 공장기업소와 가정들에서는 꽃송이를 준비해 참배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동상 앞에 수천 명 주민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제단에 꽃을 올리기까지 보통 1시간 이상 걸린다”면서 “강추위에 덜덜 떨면서 차례를 기다리는 주민들은 겉으로는 애도를 표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한겨울에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도(道) 소재지에는 보통 김 부자 동상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아 참배를 한다. 기념식에 각 단위별로 화환을 증정하면 공장기업소별로 30~40명이 한꺼번에 참배를 진행한다. 10초 정도 하는 묵념을 위해 주민들은 1시간 동안 칼바람에 맞서 꼼짝없이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추모행사에 동원되거나, 참배를 다녀온 주민들은 “오늘 같이 추운 날씨에 사망해 괜히 산 사람을 고생시킨다”면서 “마음이 고약한 사람은 죽은 후에도 산 사람을 괴롭히고 있다”는 말을 한다고 소식통은 지적했다.
해마다 김 부자 추모행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젠 요령이 생겼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동상에 꽃다발 증정만 하면 되기 때문에 아침 일찍 혹은 늦은 저녁 시간에 모여 빨리 동상에 꽃을 놓고 참배를 하는 방식이다.
또한 그는 “기업소 종업원들 속에는 ‘아침 일찍 가족들과 함께 동상에 (인사하고) 갔다 왔다’고 세포비서에게 거짓말하고 기업소 집체행사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혹독한 날씨에 헌화할 꽃을 구하는 것도 주민들에게는 부담이다. 꽃을 바치지 않으면 김 씨 일족(一族)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에 꽃은 반드시 바쳐야 한다. 소식통은 “생화대신 조화 한두 송이를 준비하는데 길거리에서 조화 한 송이를 500원 주고 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대 인원이 많은 가정은 이 돈마저 아까워 자체적으로 만들어 헌화하기도 한다. 소식통은 “식구 다섯 명의 꽃값 대신 쌀을 사면 한 끼는 푸짐히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일 3주기를 맞아 각 계층 근로자들이 김 부자 동상을 찾아 참배를 했다는 수십 편의 기사와 함께 온 나라 전체 당원들과 군 장병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추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