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3당, 北 ‘남남갈등 전략’ 대행하나?

북한의 초강경 대남 압박정책에 따른 남북관계 경색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30일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한 야3당 대표들이 이명박 정부를 향해 북한이 주장하는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선(先)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 등 야3당 대표는 이날 “이명박 정부는 현실성 없는 대북강경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 남북 화해협력 정책으로의 전환을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회동에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해 남북정상이 합의하고 유엔이 만장일치로 지지한 6·15 선언과 10·4선언의 실천적 이행을 명확히 천명하고,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비핵·개방·3000’정책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야3당 대표 회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난 27일 ‘민주연합론’을 제안한 뒤 처음 이뤄진 것으로 대북정책을 매개로 야3당의 본격적인 대정부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야3당 대표들이 이 처럼 노골적으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함에 따라 우리 정치권 내 남남(南南)갈등으로 본격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야3당 대표들은 또한 “보수단체의 대북삐라 문제는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쟁점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보혁(保革)갈등을 유도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압박도 이어갔다.

이들은 이어 ▲남북총리회담에서 합의한 범정부 차원의 남북교류협력 추진기구 출범 ▲인도적 차원의 조건 없는 대북지원 등도 촉구하며 향후 야3당의 적극적인 공조를 다짐했다.

이와 관련, 정권 교체에 따른 대북정책 변경을 방지하기 위한 남북관계 발전기본법 개정, 보수단체의 삐라 발송을 제한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 등의 입법 작업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또한 ▲남북관계 위기 타개를 위한 국회차원의 결의안 제출 ▲시민단체와의 연대 및 국제연대활동 모색 ▲개성공단을 살리는 ‘초당 모임’ 결성 등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형적인 ‘남한정부 길들이기’ 전략에 야3당이 말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은 북한에 있는데 남한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것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은 남북 육로통행 제한, 개성공단 상주인력 철수 등의 강경조치를 취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면서 “북한이 ‘남한 정부 길들이기’ 전략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그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게 묻는 것은 북한의 대남전략에 끌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실제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참혹한 실상을 마치 ‘황금어장’처럼 말하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허구성을 이성적으로 접근해야지 감성적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도 “이명박 정부의 강경정책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됐다고 주장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남한의 대북정책을 노무현 정부 시절로 되돌리려는 북한의 전략에 휩쓸려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과격하고 도전적인 북한에 대해서는 비판 한마디 없으면서 대화 제의를 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잘못을 운운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다”면서 “결국 북한의 ‘남남갈등’ 조장에 정치권이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결과”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