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DJ 방북, 국민 의심받는 일 말아야”

김대중 전 대통령의 4월 방북(訪北)이 가져올 이해득실을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부 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과 햇볕 지지세력 결집을 위해 DJ 방북을 4월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는 ‘선거용 혐의’를 짙게 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방제와 같은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나 남북정상회담 합의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박근혜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방북이 하필이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다는 것은 많은 사람의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국민에게 의심받을 짓을 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지방선거 이후 방북을 촉구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12일 DJ 방북이 여당의 지방선거 전략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하면서 이에 상응하는 정치적 카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은 겉으로는 정치적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내심 DJ 햇볕정책의 계승자라는 정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호재로 보고 있다. 지지세력 결집 카드로 상당한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열린우리당 의장 경선 출마자들은 한나라당을 ‘냉전수구세력’으로, 자신들은 ‘평화개혁세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들은 ‘평화개혁세력’으로 한나라당과 차별화를 위해 DJ의 방북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DJ가 경의선 기차를 타고 휴전선을 가로질러 평양을 가는 모습이 TV를 통해 생중계 되고, 김정일 위원장이 다시 한번 최고의 예우로 맞이한다면 6.15정상회담은 아니더라도 정주영의 소떼 방북만큼의 효과는 충분히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 남북당국 4월 DJ 방북 합의

4박 5일간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 임채정 의원은 1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측 당국자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4월쯤 열차를 통해 방북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며, 당연히 그렇게 될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측의 공식답변이 없다고 말했지만, 남북 당국간에는 이미 DJ의 4월 방북에 마음이 통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발언이다.

경의선을 통한 방북에 DJ가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고 김정일 위원장도 방북을 여러 차례 권유한 바가 있어 기차방북 성사 가능성도 있다.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방북 직후 회견에서 경의선을 통한 방북에 기술적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이날 내달(3월) 경의선 시범 운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DJ가 경의선 공식 첫 운행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 연방제 안(案)도 논의?

이방호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사실상 연방제를 논의할 것”이라면서 “김대중씨가 어떤 자격으로 연방제를 논의할 수 있는지 국민은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연방제 합의 의혹’을 본격화했다.

이같은 의혹은 DJ가 남북한 통일방안 마련에 쏟아온 그동안의 노력을 비추어 볼 때 북측과 더욱 구체적으로 조율하려는 욕심을 갖지 않겠느냐는 데서 출발한다. 한편, 이러한 주장은 김정일 위원장이 남북간 연방제 조기 추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현재 북미간 현안이 꼬일대로 꼬여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기 힘든 연방제 방안을 논의할 경우 한반도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

연방제 논의가 진전될 경우 좌우간의 이념대결을 넘어 국민들의 당혹감은 훨씬 클 것이다. 이러한 국민적 반발 심리가 정부 여당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섣부른 통합은 ‘장미빛 환상’이라며 경계심을 표명한 상태다.

지금 북한 체제는 연방제가 가져올 내부적 충격을 감당하기 힘든 구조다. 북한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 ‘연방제’는 다분히 대남 선전용에 머무르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설사 통일방안과 관련해 연방제 안이 논의된다 하더라도 비공개로 부쳐질 가능성이 높다.

▲ 남북정상회담 주선이 주요 의제

DJ와 김정일간 합의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의제는 남북정상회담 추진이다. 북은 위폐문제와 핵문제를 해결할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언하고, 위폐문제로 촉발된 포위국면을 돌파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될 경우 이번 DJ 방북은 지난 94년 미국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을 뛰어넘는 파급력을 가질 수도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당시 김일성과 만나 북핵 해결과 정상회담 개최 약속을 받았다.

DJ는 지난 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결정은 노무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두 분이 만나서 합의할 일이다. 나는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DJ 방북을 적극 돕는 것도 여러 추측을 낳고 있다.

현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추진된다면 북측의 국면 전환과 남측의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 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김정일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약속하는 수준에서 범죄행위로 막힌 달러 돈줄을 남측과의 교류를 통해 벌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DJ의 방북은 실제 내용과 무관하게 시기와 내용면에서 정치적 시비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가능한 방북을 지방선거 뒤로 미루고 내용도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는 내용으로 제한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그것은 현 정부의 특사가 아니라 국민의 한사람 혹은 전직대통령의 자격으로 다녀오셔야 한다”면서 “지방선거 끝나고 가시는 것이 여러모로 봐서 축복받을 방북 길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