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무원 눈치 그만보고 연금개혁안 도출해야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공감한다. 한 여론조사기관에 의하면 전체 국민의 60%이상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찬성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와 생산직 근로자의 경우는 찬성률이 더욱 높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60년 공무원연금이 처음 실시되었을 때의 기대수명은 52세였지만, 2012년에는 82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공무원 연금 수급자는 1990년 2만5천명에서 2012년에는 34만 5천명으로 14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증가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공무원 연금 누적적자는 2013년 12조에서 2025년에 70조, 2035년에는 216조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공무원 연금 부양률은 1990년 30명이 1명이던 것이 2013년에는 3명이 1명을 부담해야 한다고 한다. 현실을 반영한 이러한 통계치는 공무원 연금개혁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 준다.


그러나 지난 28일 시한으로 공무원연금개혁 대타협기구의 공식적인 활동기간이 종료되었다. 90여일의 기간 동안 38차례의 회의를 열었지만 대타협기구 최종안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대타협기구 보고서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재직자와 신규공무원, 연금 수급자는 함께 고통을 분담하기로 했다”고 전하면서 “절대적 시간의 부족으로 최종 합의안 도출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진한 쟁점에 대해서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최종적인 합의안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대타협기구의 성과가 아예 없었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가인 교수, 정부관계자와 여야 국회의원,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기구 구성 등의 노력은 평가할 수 있지만 시간부족으로 합의안을 내지 못했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대타협기구가 시한을 두고 협의체를 구성했던 것은 종료시한까지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38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야당과 공무원단체의 최종안이 나온 것은 대타협기구 종료 3일전이었다. 이는 합의안 미(未)도출의 이유가 시간부족이 아니라 것을 말해준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라는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 야당안이나 공공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의 개혁안이 없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대타협기구 출범 초기에 논의했어야 할 일들이 종료시점이 되어서야 논의가 활발해졌다는 것은 여론 눈치를 보다가 허송세월 보냈거나 공투본의 반발을 의식해 차일피일 미뤘다는 것을 말해준다. 야당과 공투본의 구체적인 내용이 빨리 제출되어 김태일 교수와 김용하 교수가 제안한 내용과 함께 논의가 되었다면 대타협기구 종료시점에서 실무기구를 구성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대타협기구가 최종안을 만들어내지 못함으로써 국민들의 공무원개혁에 대한 관심은 실무기구로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다. 공무원 연금개혁의 안을 만들기 위해서 날밤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을 두고 다시 논란의 연속이다. 실무기구의 활동시한을 정하지 못한 시점에서 4월 임시국회의 회기 안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시간의 촉박함은 필연적으로 부실한 결과를 야기한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공무원연금개혁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여야의 초기 논의는 4월 임시국회가 임박해 있는 현 시점에서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공무원연금개혁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과 국가의 재정안정성, 적정노후소득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개혁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문제라는 대원칙은 논의의 장에서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다 보니 국가의 재정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데, 이런 안을 적용하면 다른 안(案)보다 몇 조원이 절감이 되기 때문에 매우 좋은 안(案)이다는 식이다. 물론, 국가의 재정안정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국가의 재정 여력이 된다면 국민들이 받는 연금 액수에 큰 차이가 있어도 되는 걸까? 때문에 공무원연금개혁의 출발점이었던 형평성이라는 대원칙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적정노후소득도 마찬가지다. 1960년의 기대수명과 2013년의 기대수명이 다르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적정 노후의 내용이 다를 텐데 적정한 노후수준이라는 것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10년 후에는 적정한 노후라는 것을 어떻게 기준 지을 수 있을까? 설령, 적정한 노후에 대해서 국민적인 합의와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우선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연금만으로 적정한 노후 보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접근도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적정 노후라는 것은 은퇴 이후의 노동할 수 있는 환경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대타협기구 종료이후에 실무기구 활동시한과 관련해서 이견이 있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나 실무기구 활동 시한이 끝난 이후 “시간이 부족해서 최종 결과물을 내오지 못했다” “공무원 연금개혁 같은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단 시간 내에 끝낼 수 있겠는가?”라는 이야기만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공무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납득할 만한 타협안을 도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