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蘇州)에서 개성의 미래를 찾아라’ 중국을 방문 중인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23일 오후 상하이(上海) 인근에 위치한 쑤저우 공단을 찾아 현지에 입주해 있는 한국의 중소 봉제인형업체인 태연완구를 찾았다.
2천400여명의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는 태연완구는 한해 8천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 중소기업.
생산라인을 먼저 방문한 정 장관은 운동장처럼 넓은 작업장 안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이 재봉틀을 앞에 놓고 인형을 만드는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정 장관은 조영호 부회장과 공장을 둘러보면서 근로자들의 작업시간, 월평균 임금, 사업환경 등을 물으며 지난 15일 다녀온 개성과 비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주 60시간 근무에 월평균 임금이 100달러 정도라는 것이 조 부회장의 설명.
근로자 대부분이 여성이고 이들은 인근 전자제품공장에서 일하기 힘든 초등학교졸업의 학력 소유자들이다.
조 부회장은 “80년대까지 만해도 한국에서 봉제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올림픽이후에 임금이 올라 이곳으로 왔다”며 “이제는 이 곳도 임금이 높아지고 중국기업의 기술수준이 좋아져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이 “개성으로 옮기는 것은 어떠냐”고 묻자 조 부회장은 “미국에 주문자생산방식으로 수출하고 있어 원산지 문제를 해결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 장관은 이 곳을 방문하기 앞서 에어컨과 냉장고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현지공장에 들렀다.
당초 정 장관은 개성공단이 전략물자 반출 등의 문제가 걸려있어서 전자업체 진출에는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삼성전자를 피해 중소업체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일정조정이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정 장관은 쑤저우가 점차 IT단지로 육성되고 있다는 설명에 대해 개성공단은 노동집약적인 사업을 집중 유치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공장 방문에 앞서 정 장관은 관리위원회를 방문해 관계자들로부터 공단 운영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고 개성공단 개발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 장관은 특히 개성공단이 북한에 도움이 되는 사업임을 강조하면서 “한국에는남북이 분단된 철조망 북방에 개성공업지구가 건설되고 있고 폐쇄적인 북한이 최초로 시도하는 남북합작공업지구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쑤저우 공단은 첫걸음을 떼어 놓는 개성공단에 모범이 될 것”이라며“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빠른 시일 내에 쑤저우에 방문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4년 중국 정부가 토지를 제공하고 싱가포르가 200억달러를 투자해 조성한 쑤저우 공단에는 올해 11월 현재 세계 500대 기업 중 66개를 비롯해 1천738개의 외국투자기업과 7천611개의 중국투자기업이 입주해 있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이 결합한 개성공단과 매우 유사한방식의 공단으로 싱가포르의 화교자본이 동포애에 기반해 사업을 추진했다./상하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