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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의 대통합 이전에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정돼 있다. 최대 주주인 열린우리당의 해체를 두고 사수파와 해체파 간의 싸움이 그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계 의원이 포함된 열린당 사수파와 당내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전 당의장 등 해체파 간의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진검승부.
이미 대다수 의원들은 당의 분화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시기와 방법을 절충할 뿐이다. 정치권에서도 범여권의 통합 논의 진전을 위해선 열린당의 해체가 선결조건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다 최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낙마 선언으로 ‘후보중심의 통합론’이 물거품이 되면서 ‘제3지대 통합론’과 함께 ‘당 해체론’이 급격히 부상하게 된 것.
일찍부터 ‘노무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해온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은 ‘5월 빅뱅설’을 주장하며 탈당과 당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사수파의 수장인 노무현 대통령이 ‘무책임성’을 지적해 양측간 충돌이 불가피해진 것.
김근태 전 의장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마지막 기득권 포기인 당해체를 통해 평화개혁세력 대통합의 장애가 제거됐다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5월 내 모든 기득권을 포기’도 언급해 ‘탈당’을 시사하기도 했다.
정동영 전 의장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을 위해 분화가 불가피하다. 5월은 정치권 전체에 빅뱅의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 달이 가기 전에 결심하겠다. 열린우리당 후보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이는 ‘범여권은 오직 열린당 뿐’이라며 열린당을 중심으로 대통합 논의를 해 나가야 한다는 노 대통령과 사수파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사수파는 최근 노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한껏 고무된 상태라 쉽사리 물러서지는 않을 태세다.
전날 노 대통령은 “책임을 따진다면 이미 당을 깨고 나간 사람들, 또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여전히 ‘통합 노래’를 부르며 떠날 명분만 만들어 놓고 당을 나갈지 말지 저울질하는 사람들에게 있다”며 탈당파와 탈당을 고려한 인사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이에 김 전 의장과 정 전 의장의 대응한 것.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과 대선 주자간의 ‘힘 겨루기’가 본격화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대선 주자 ‘길들이기’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두 주자의 행보로도 해석한다.
최악의 경우, 열린당은 정동영, 김근태 두 계파와 열린당 사수파로 갈갈이 찢어진 이후 ‘대통합’ 논의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통합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내 초재선 모임인 ‘처음처럼’의 우상호 의원은 기자와 만나 “민주당과의 통합 논의 자체도 이만큼 힘든 과정을 밟고 있는데, 열린당이 삼삼오오로 갈릴 경우 통합논의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