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외화벌이 수뇌부는 총참모부 직속 ‘매봉회사’








북한 인민무력부는 80~90년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각 기관별로 무역회사를 운영해왔다. 무역회사 종류는 많다.

80년대 설립된 총참모부 직속 매봉회사, 90년대의 비로봉 무역회사, 용성무역회사, 만풍무역회사, 단풍무역회사 등이 큰 무역기관으로 꼽힌다. 이중 매봉회사가 가장 유명하다. 매봉회사는 2000년 경 ‘광명무역총회사’로 간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선군정치’ 후 매봉회사는 노동당 39호실의 대성무역과 함께 북한에서 가장 방대한 무역기관이 되었다. 당의 대성무역, 군의 매봉회사가 북한의 양대 기둥이다.

군이 직접 외화벌이를 하게 된 배경은 경제난으로 내각으로부터 군수물자 구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받지 못한 사정과 관련이 있다. 또 구소련과 동구권이 붕괴되면서 무기거래가 현물에서 달러화로 결제방식이 바뀌면서 외화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현재 매봉회사는 본사가 평양에 있고 전국 도(道)마다 한 개씩 지사를 두고 있다. 신의주, 혜산, 회령 등 국경도시에도 출장소 형식의 지사를 두고 있다.

매봉회사는 힘이 있는 중국인 대방(무역상)을 찾기 위해 중국에 친척이 있는 북한주민들 가운데 외화벌이 경험이 있는 사람을 지사장으로 채용한다. 지사장에게 상좌(중령급) 이상 계급의 임명장을 주고 외화벌이 ‘와크'(무역허가증)를 내준다. 군 산하 무역기관이지만 실제 군인은 아닌 셈이다.

지사장들은 대외무역일꾼 증명서를 가지고 중국을 임의로 드나들 수 있는 특권을 가진다. 이들은 국경지역에 ‘외화원천 지도원'(실무 일꾼)을 두고 무역 상대국에서 원하는 물품을 물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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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도마다 무역지사 설립, 일본과는 공해상에서 거래

무역 상대국은 주로 중국과 일본이다. 중국과 거래하는 매봉회사들은 신의주, 혜산, 회령 등 국경지역에 기지를 두고 중고차, 부채마(약초 일종), 누에고치, 파철, 해산물 등을 주요 물품으로 하고 있다.

기지장들은 외화원천 지도원들이 확보한 물품을 국경까지 운반하는데, 매봉회사에 내린 ‘김정일의 방침'(지시) 원본을 복사해 검열 초소마다 보여주면 무사통과다.

신의주 출신 한 탈북자는 “95년 신의주에 수백 개의 무역회사가 생겨났다”며 “그중 매봉 기지도 허름한 공장창고를 빌려 밀가루 10톤씩 쌓아놓고 약초, 알루미늄과 바꾸어 주었다. 그때는 개털외투를 입고 일본제 중고 자전거를 탄 사람이면 모두 외화벌이 지도원이라고 부르던 판이었다”고 말했다.

한때 매봉회사는 국경지역에서 중고차 장사 등 불법 거래를 통해 중국과의 무역에서 짭잘한 수입을 올렸으나, 지금은 삽주(약초 일종), 단너삼(황기), 부채마, 고사리, 도라지와 같은 약초와 광물 등으로 선회했다고 한다. 서해안 지역에 있는 지사들은 조개, 맛, 소라, 조갯살 등 해산물은 거의 다 수출한다.

일본과의 거래는 주로 동해쪽 공해를 이용한다. 청진, 함흥, 단천, 신포 등 동해안에는 5~6명의 직원과 작은 전마선을 갖춘 매봉 지사들이 많다. 이들 지사들은 해삼, 성게, 생복,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을 부두에서 직접 인계받아 공해로 싣고 나간다. 공해상에는 일본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매봉회사 출장선이 대기하고 있다.

불법 외화 은닉, 금 밀매는 안돼

97년 무질서한 국경무역을 바로잡기 위해 무역회사들에 대한 중앙당의 집중 검열이 있었다. 검열이 끝난 후 김정일은 무역회사들을 각 기관별로 통폐합하도록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때 군단별로 조직되었던 무역회사들이 해산되고 일부는 매봉회사 아래로 통합되면서 종합적인 무역그룹으로 거듭났다.

매봉회사 직원들은 총참모부 직속 무역기관의 후광을 살려 많은 부를 축적했을 뿐아니라, 곡절도 겪은 것으로 알려진다.

회령시 매봉회사 사장 김모씨도 이전에는 어렵게 살았으나, 지사를 맡은 다음부터 중국을 들락거리며 현재 인근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 꼽힌다고 한다.

중앙당 16국 고려봉사총국 산하 외화벌이 기관에 근무했던 탈북자의 증언에 의하면, 회령시 망향동에 위치한 매봉 회령지사는 6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간 외화 계획은 10만 달러라고 한다. 추가적으로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군 창건 기념일 등 주요 국가행사 때마다 따로 하달되는 외화계획을 수행한다고 한다.

중앙당 검열에 걸려 곤혹을 치른 매봉 지사들도 적지 않다. ‘외화벌이는 교화벌이’(잘못되면 노동교화소 행)라는 북한말이 있듯이, 외화벌이는 주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인 동시에 가장 조심해야 하는 직업이다. 97년 무역회사들에 대한 중앙당 집중 검열과정에 각종 비리를 저지른 외화벌이 사장들이 대규모 처벌됐다.

그 가운데 매봉 신의주 지사 박모씨는 예심과정에서 중국은행에 외화를 예치시킨 혐의가 드러나자, 젓가락을 삼키고 자해를 시도했고, 청진 매봉지사 김모씨는 금 밀매사건에 연루되어 사형당한 것으로 알려진다.